천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 - 고대의 주술사부터 미래의 인공지능까지
이승구 지음 / 생각정거장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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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의학이 걸어온 길, 그림으로 보다 - 천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 _ 스토리매니악


요즘 들어 새삼 느끼는 거지만, 그림이 가진 힘에 대해 놀라고 있다. 그림이라고 해서 루브르 박물관에 걸려 있는 모나리자나 최후의 만찬 같은 그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을 넘어 인류의 생활, 시대의 모습이 담겨 있는 모든 종류의 그림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그림들은 단지 그림이라는 예술의 영역을 넘어, 한 시대를 이야기하는 역사 자료이자,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자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김홍도의 그림을 통해 조선시대 서민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과, 신윤복의 그림을 통해 양반들의 놀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책은 그 이치를 '의학' 이라는 분야에 한정시켜 들여다 보고 있는 책이다. 고대의, 벽화, 중세의 그림, 근대의 명화, 의학 교과서의 삽화 등을 통해 오랜 시간동안 의학이 발달해온 길을 짚어도 보고, 의학이 남긴 실수들과 그것을 극복한 역사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현대 의학의 모습만 기억하는 현대인으로써, 책의 그림들을 통해 보는 의학의 역사는 상당히 흥미롭다. 지금으로 보면 원시적이기 짝이 없는 수술법에서부터, 일면 종교적인 의식에 지나지 않는 의술까지, 먼 옛날의 의학이 이런 모습이었구나를 확인하는 과정이 꽤 즐거웠다. 이를 통해 과거와 지금의 의학을 연결하고, 그 과정을 통해 현재의 의학을 이해하는 작은 단초를 발견한 기분이다.


의학의 역사 전반을 짚어보지는 않는다. 저자가 생각하는 주요 포인트를 위주로 선별하였으며, 그 선별한 주제에 해당하는 그림을 보여주고 이를 저자의 이야기로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때로는 역사로써의 의술 자체로, 때로는 그림에 대한 호기심으로, 때로는 저자가 들려주는 의학에 대한 이야기에 빠져들어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의학의 역사를, 의학의 주요 분기점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기분에 빠지게 된다.


더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반영된 책 속의 그림들은 그야말로 인간에 대한 기록 그 자체다. 의학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던 모든 시술들이 인간의 삶과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고, 이런 과정을 훑어보는 것이 어떤 감흥을 가져오는지 처음 느껴본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어떤 의미를 가지고 이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책의 내용을 하나의 가십거리로 읽으며, 자신의 상식을 채운다는 느낌도 좋을 것 같다. 나도 읽으면서 하나의 흥미거리로 내용들을 읽어나갔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큰 생각거리를 요한다거나 좀 더 깊은 사색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우리 인류의 역사에 이런 일도 있었구나, 이런 과정을 통해 의학이라는 것이 흘러왔구나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책이지 싶다.


과거의 원시적인 의학을 보면서, 다가올 인류의 최첨단 의학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게 된다. 예전의 의학과 지금의 의학만 비교해보아도 엄청난 차이와 감흥이 있는데, 인공지능이 병을 판단하고 로봇이 수술을 행하는 미래의 의학은 어떨지, 그 모든 것이 또 먼 훗날 그림으로 남아 또 이 같은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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