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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맨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평점 :

욕망이 끓어오른다 - 저스티스맨 _ 스토리매니악
사회는 욕망의 집합체다. 저마다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안에 머무르고,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기 위해 사회를 이용하며, 그런 욕망의 분출과 구축과정이 모이고 모인 곳이 사회라는 공간이다.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주위를 조금만 돌아보면, 모든 것이 욕망이라는 단어와 맞닿아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 욕망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분출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사회악이라는 것이 그런 존재다. 사회라면 필연적으로 잉태하게 되어 있는 사회악은, 개개인의 욕망이 비뚤어져 분출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모습은 다양하다. 사회가 복잡다단하게 변화하고 분화됨에 따라 사회악의 모습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무거운 것부터 가벼운 것 까지, 멀리 있는 것부터 가까이 있는 것까지, 사회악은 다양한 모습으로 은신하여 몸을 웅크리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지금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사회악은 무엇일까? 바로 익명성 뒤에 숨은 악, 그리고 가상 공간 위에 펼쳐지는 악의 재생산과 폭력성일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기술을 타고 우리 바로 옆에 바싹 다가앉은 사회악, 이 소설은 그 사회악을 조준하고 있다.
동일한 방식으로 일어난 일곱 건의 살인, 피살자들의 이마에 난 탄알 구멍, 피살자간의 연결고리 없음, 살해동기 미상, 경찰의 연속되는 헛발질, 자라는 공포와 불안... 이쯤되면 누리꾼이 나서는 것은 일도 아니다. 연쇄살인에 대한 호기심, 총기 사용에 대한 두려움, 무능한 경찰, 당장이라도 손가락을 놀려 생산해낼 단어들이 무궁무진하다. 그렇게 작은 둑이 터진다. '저스티스맨' 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자가 개설한 카페에, 그가 작성한 살인의 인과관계에 대한 추론과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와 논리가 올라온다. 이것에 누리꾼은 반응을 보이고, 논쟁과 설전, 군중심리를 따라가는 여론, 또 다른 폭력과 맹목성이 뒤덮는다. 이 소설은 이와 같은 장면들을 따라가며, 한국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추리소설 기법으로 파헤치고 있다.
소설 전반에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정통적인 추리기법을 선보이는 추리소설이 아닌, 변형된 형태의 추리를 보여주는 소설이지만, 그 긴장감만은 의외다 싶을 만큼이다. 연쇄살인의 사연과 저스티스맨의 추론, 누리꾼의 반응이 얽히면서 진행되는 방식은,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인물들이 아닌, 떨어져 있는 인물들에게서, 그 감정의 증폭이 얼마나 더 심하게, 그리고 극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 과정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긴장감이 기분 좋을 정도다.
분위기는 마치 '우타노 쇼고' 의 <밀실살인게임>과 '하라 료' 의 <내가 죽인 소녀>를 믹스해 놓은 듯한 느낌이다. 인터넷 상에 모여 추리게임을 하는 이지러진 시각을 보여주는 분위기와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무거운 공기가 깔린 분위기가 섞여 조금은 무겁고, 조금은 엽기적인, 또 익명성에 숨은 폭력성의 날카로움이 분위기에 녹아 있다. 이런 분위기 위에 전개되는 전지적 시점의 작가가 르포를 보여주듯 이끌어 가는 이야기는, 묘한 긴장감과 묘한 두근거림을 선사한다.
다만, 그 분위기와 긴장감이 주는 장점을 이야기 자체가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 모양새다. 전지적 시점에서 어찌보면 등장인물이 드러나지 않는다 싶을 정도의 캐릭터가 미미하고, 완독 이후에 덮쳐오는 주제의식이 아쉽다.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힘 들어간 문장들은 영 거슬리며, 자칫 잘못 읽으면 긴 설명을 읽고 있는 듯 느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장르소설이 지닌 재미적인 요소에 대한 장치들이 아쉽고, 사건과 사건 이야기와 이야기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도 느슨해 보인다. 익명성 뒤에 숨은 폭력성, 그리고 맹목적 추종이 갖고 오는 권력의 탐욕 등이 잘 드러난 이야기지만, 그것이 어떤 신선함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분위기는 잘 형성되었으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이 시대의 어두운 면이 날카롭게 파고들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꽤나 아쉬운 부분이다.
이 시대의 한 모습을 잘 옮겨 놓았다는 생각은 든다. 다만 그 옮겨 놓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좀 더 극적으로 포장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뒷맛이 내내 남는다. 그러나 이런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내내 책을 손에 놓지 못하게 만드는 몰입감은 적지 않았다는 것을 꼭 밝혀두고 싶다. 긴장감에 빠져 스토리를 읽어나가지만, 책을 덮고 난 후에 몰려오는 허전함 또한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