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해줄까요 - 닥터 호르헤의 이야기 심리치료
호르헤 부카이 지음, 김지현 옮김 / 천문장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이 아파요, 이야기해주세요 - 이야기해줄까요 _ 스토리매니악 


평범하게 불만 많고 고집 센

이 땅의 모든 데미안에게

                                        - 책 머리에서

맞다. 평범하게 불만 많고 고집 센 데미안들이, 이 세상엔 많다. 아니, 나 부터 평범하게 불만 많고 고집 센 데미안이다. 사회가 거지 같음을 욕하고 주어진 환경에 불평하며, 이유없이 고집은 센, 그래서 안으로 안으로 상처를 키워가는 한 인간이다. 현대인의 삶이 다 그렇다. 내게 주어진 것은 너무 작고, 내가 원하는 것은 너무 크다. 그 괴리를 좁히지 못해 괴로워하고, 나를 괴롭히는 모든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느덧 행복은 저 멀리 떠나 보내고 불행과 친구하며 지내는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대다수의 현대인이 그렇다.


자신이 행복하지 못하다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행복하지 않음을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행복을 찾아 이런저런 시도도 해보고, 행복이 무엇인지 찾아도 보고, 지금의 상황을 바꾸려 몸부림쳐 보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 그게 쉽던가? 그러다 말고, 그러다 말고, 어쩌면 그 반복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병이 심해진 사람들은, 의학의 힘을 빌리려 한다. 메스를 대는 의학의 힘이 아닌 마음을 다스려주는 의학의 힘이다. 보통 심리치료라 부르는 것들인데, 누군가의 말 한마디, 누군가의 이야기 한 토막이 그런 상처들을 치유해 주는 마법이 되기도 한다. 꼭 의학의 힘이 사진 사람이 아닌, 지혜가 충만한 사람도 그러 치유에 동참하고는 한다.


이 책은 꽤나 재미난 책이다. 책의 내용이 소설처럼 재미나다는 뜻이 아니라, 독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재미나다. 간단히 정의하면 이 책은, 심리치료 즉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이야기 보따리다. 닥터 호르헤라는 아르헨티나의 정신과 의사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을 이야기에서 찾고, 사람의 마음을 도닥이기 위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의학적으로 접근하는 치료라기보다, 우화와 비유담 같은 이야기를 통해 사람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것을 좋아하는 의사가, 자신이 사람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을 정리해 우리에게 똑같이 들려준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의학적으로 이래라저래라가 아닌, 이야기 한 토막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함이 가득했다. 원래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이기에, 저자가 이야기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방식이 더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다.


책 속에 등장하는 20대 초반의 데미안,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화도 많고 짜증도 많고, 사람과의 관계도 어렵고, 진짜 어른이 되기 노력하는, 그러나 행복하지 못한 한 인간을 두고, 닥터 호르헤가 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가슴도 마구 흔들어 놓는 힘이 있다. 화날 일이 많고, 이런저런 혼란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다보니, 우리도 덩달아 그 리듬에 맞추어 살고 있다. 그 격한 리듬에 흔들리다 보면 삶의 중심을 잃고, 방향을 잃고, 가장 가치 있는 행복도 놓치게 된다. 그럴 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어쩌면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이야기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정답을 한 두 문장으로 척척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 연고 같은 이야기 말이다.


책을 읽어갈 수록 마음이 끌려 다음 약속을 잡는 데미안처럼, 다음에 닥터 호르헤가 들려줄 이야기에 궁금증이 더해진다. 혹 내가 아파 상처가 난 부분을 감싸줄 수 있는 이야기가 다음 장에 있을까, 다음 이야기에도 지금의 내 심정과 같은 데미안이 있을까를 궁금해하며,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힘이 있다.


50여가지 이야기는 결국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지금의 지친 나를 어루만져주기에 충분한 이야기였다. 지금, 이 순간, 삶이라는 괴물이 너무 큰 존재로 나를 괴롭히고 있다 생각하는 이들에게, 주저 없이 이 책의 이야기를 권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