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앤 허니 - 여자가 살지 못하는 곳에선 아무도 살지 못한다
루피 카우르 지음, 황소연 옮김 / 천문장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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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과 꿀이 흐르는 감정의 강 - 밀크 앤 허니 _ 스토리매니악


봄이 되면 시가 땡긴다. 이유는 모르겠다. 계절적으로 가을이 어울린다는 사람도 있지만, 내게는 봄이 시의 계절이다. 요즘 많은 시를 접하며 나름 감정의 바다에 빠져 산다. 그러다 조금은 충격을 주는 감정의 강을 만났다. 인도에서 출생하고 캐나다에서 성장한 한 여성의 시집, 젖과 꿀이라는 성서적인면서도 에로틱한 제목을 달고, 한 여성으로써 느낀 다양한 감정을 거침 없이 쏟아내는 시집이다.


여자로써의 삶이 투명하게 드러난 시들이다. 때로는 경험한 이야기, 때로는 목격한 여성의 삶의 모습들을 직설적인 언어로 뿌려 놓았다. 쉬운 언어라 그 직설이 더 날카롭게 다가오고, 그런 직설을 거침 없이 쏟아낼 수 있는 용기라는 것에 감탄하게 된다. 여성이라는 성에 둘러쳐진 편견과 오해, 그리고 사회의 굴레를 과감하게 뚫고 나오는 시도이고, 그 과정을 가감 없이 던져내는 대담한 시도다.


대다수는 감추려고만 하는 이야기, 또는 쉬쉬하며 넘어가는 이야기들을 시라는 형식에 담아 세상에 내놓은 시도에 세계의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하고 응원을 보내는 것 같다. 나 또한 시를 읽어 나가며 감정적인 충격을 받았고, 그것이 그녀의 시들이 가진 힘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내가 이 시집을 통해 느끼는 감정은, 공감보다는 충격이라는 단어의 비중이 좀 더 크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겠다. 동성이 아닌 이성이기에 그녀의 여성의로써의 감정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았음을 변명으로 삼을 수 있겠다. 그녀의 감정을 통해 상상되는 또는 느껴지는 형체를 생각하면서 드는 감정은 온전한 공감보다는 충격이 먼저 다가오게 된다. 같은 여성의 경우가 느끼는 그녀의 시와 이성이 느끼는 그녀의 시가 같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더라도 그녀의 시가 주는 울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의 시가 시의 형식적인 면에서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다. 문학적 입장에서 그의 시를 보자면 공격할 부분은 많다. 그러나 문학이 형식으로만 정의 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그녀의 시들이, 평범한 문장처럼 보이고 그냥 내뱉는 독백 같아 보여도, 많은 독자들에게 그녀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는 시로써 존재하게 된다.


어쩌면 시가 가져야 하는 문학적 분석의 틀을 벗어났기에 그의 직설적 감정들이 필터를 거치지 않고 날 것 그래도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많은 이들이 그녀의 시를 읽으면 그 직접적인 감정의 충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먹먹하게, 때로는 가슴을 쿵쿵 두드릴 정도의 감정들을 흠뻑 맞게 된다.


좋은 시집이다 아니다를 떠나, 다른 시각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시집이다. 거창하게 여성을 향한 분석적 수사를 덧붙이고 싶지는 않다. 그냥, 한 여성의, 여성으로써 많은 아픔을 겪은 한 여성의, 감정의 배설을 느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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