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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혼 시대 - 낡은 결혼을 졸업할 시간
스기야마 유미코 지음, 장은주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새로운 부부관계에 대한 대안, 그리고 알 수 없는 씁쓸함 - 졸혼 시대 _ 스토리매니악
부부관계의 문제는 시대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일방적인 관계였던 유교 사회를 지나, 동등한 목소리를 내는 현대 사회에 접어들고, 이제는 새로운 시대상에 맞추어 또 다른 변화를 일으키려 하고 있다. 시대가 만든 비극으로 애초에 결혼을 생각하지 않거나, 동거라는 방식을 통해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도 하고, 이제는 기존의 부부관계를 재정립하여 새로운 개념으로 만들려는 시도도 일어나고 있다.
부부관계의 재정립에 대한 이야기의 선두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졸혼' 아닐까 싶다. 결혼을 졸업한다는, 십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졸업과 결혼이라는 단어의 결합이 주는 울림은 상당하다.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 중에 부부관계에 대한 문제는 이제 비밀도 아니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이혼률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으며, 부부로써 부모로써 의무를 끝낸 나이에 접어들어 결혼 생활을 다시 생각하는 부부들도 많이 늘어났다.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 이전에,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고, 새로운 결혼 개념으로 부부관계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졸혼의 취지일 것이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이 라이프 스타일은, 자기 삶을 되찾고자 하는 기혼자들에게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 <졸혼 시대>는 바로 졸혼에 대한 개념이 처음 소개된 책이다. 다양한 졸혼의 형태를 보여주는 이야기를 통해, 졸혼이 지금을 사는 부부들에게 왜 필요한지, 졸혼으로 무엇이 좋아지는지, 또 졸혼을 어떻게 실천하면 좋을지 보여주고 있다.
자전적인 경험으로 졸혼의 개념을 고민하게 된 저자가, 다른 부부들의 졸혼 사례를 취재하고 그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여러 부부들이 어떻게 부부관계의 위기를 졸혼으로 극복하게 되었는지, 졸혼의 기본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그 내용들이 이야기 형태로 잘 정리되어 있다. 담담한 수기처럼도 보이고, 일종의 부부관계에 대한 탐구서 처럼도 보인다. 무엇보다 부부관계에서의 위기를 극단으로만 몰아가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 그 과정을 실천한 과정이 꽤 인상적이다.
문제들이 꽉 막혀 있다면, 살짝 돌아가며 문제를 푸는 지혜도 필요하다. 그 문제를 억지로 풀려 하니 터지고 만다. 이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져 이혼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완화해보기 위해, 서로의 생활과 시간, 생활공간을 존중해주는 졸혼이라는 개념은 일견 부부관계의 문제에 대한 현명한 대안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부부관계의 가치가 이렇게까지 떨어져 있나 하는 씁쓸함도 묻어난다. 혈육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촌수도 부부간에는 너무 가까워 무촌이라는 말이 있다. 현대에 와서는 이것이 너무 멀어 촌수조차 계산이 안 되기 때문에 무촌이라는 말로 바뀐듯 하다. 그럼에도 고군분투하며 결혼 생활의 문제를 조금씩 풀어가는 것과, 서로 거리와 시간을 두고 필요에 의해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것, 어느쪽이 현명하 선택인지는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아마도 지금 부부관계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들이라면 졸혼이라는 개념에 한 표 던지는 이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부부관계의 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과 도움이 없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국가가 사회가 개인을 보호해주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 부부관계의 문제, 가정의 문제 또한 각자도생의 길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싶다.
부부생활의 유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해보고 싶다. 그 방법을 쓰고 안 쓰고의 문제가 아니다. 부부관계의 문제를 푸는데 이러한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고, 책에 등장하는 부부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가를 보고 자신의 부부관계의 문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조금 더 다양한 시각으로 부부와 가족을 생각하게 된다면, 분명 더 나은 선택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