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돈이 없을까
나카가와 준이치로 지음, 손나영 옮김 / 도슨트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내 지갑에 누가 구멍 뚫어 놨어? - 나는 왜 돈이 없을까 _ 스토리매니악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가슴 한 구석이 '뜨끔' 한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볼만 하다. '나는 왜 돈이 없을까', 누가 내 지갑에 구멍을 뚫어 놓은 것처럼 줄줄 돈이 새고, 어느새 텅텅 빈 지갑과 통장을 부여잡고 진득한 한숨을 뱉어낸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같은 모습을 연출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하겠지, '나도 한  돈 걱정 없이 살아보고 싶다' 라고..


고백하자면, 나도 그 '대다수' 에 속하는 사람이다. 구멍 뚫린 지갑에 한숨 짓고, 구멍을 메워보려 아등바등 해보지만 쉽지 않고, 그러다 먼 산 바라보며 로또신을 찾는, 늘 허리춤에 '돈 걱정' 이라 쓰인 무거운 추를 매달고 산다. 누군가의 돈을 빼앗거나, 누군가를 속여 돈을 가로채거나, 누군가 모르게 돈을 훔치지 않고, 진정 내 지갑을 살찌우며 살기란 불가능한 일인가? 생각할 수록 '불가능' 이라는 단어가 쑥쑥 자라난다. 


저자는 이런 상태에 빠진 우리들을, 그건 '허세'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 진단한다. 수입에 맞는 생활 따위는 환상에 지나지 않으며, 남의 눈을 의식하여 나의 씀씀이를 결정하는 우매한 사고방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이다. 허세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에, 자신의 씀씀이가 '허세요~'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벌이 안에서 나름 합리적으로 소비를 하고 있다고, 경제가 요모양 요꼴이라 벌이가 시원찮은거라고, 애써 자위한다. 남의 시선과 체면이 중요한 한국 사회에서 일정 수준의 소비는 꼭 필요하고, 자신의 벌이에 맞는 씀씀이 또한 필요한 것이라 강변한다. 팍팍한 살림을 알리는 것을 부끄러워 하여, 일부러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소비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작가는 이런 우리들에게 한가지 처방을 내린다. '다 됐고, 절약하세요' 라고.. "절약하는 사람 중에 가난한 사람은 없다", "절약을 실천해간다면 평화롭고 행복해진다" 라 말하며, 왜 절약하는 삶이 중요한지를 말한다. 솔직히 책을 보면서 좀 놀란 부분이 있는데, 책을 조금씩 읽어갈수록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이 작가 진짜 짠돌이네!!'.  


이런 말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책에서 짠내가 난다. 작가의 금전감각이 진하게 녹아들어가 있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것도 있고, 이렇게 사람을 절약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해야 하나 싶은 것도, 인간관계가 이래서 유지되나 싶어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까지 해가면서 절약하는 금전감각을 가지고 사는 인생이 과연 행복할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신기하게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의 생각에 반감이 생긴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고, 그래도 최소한의 체면이란게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책을 탁 덮을 때까지 이런 생각이 가시지 않는데, 신기한건 그 다음이다. 짠내나는 작가에 대한 반감 이면에 '그래도 이 사람 지갑은 두둑하잖아? 내 지갑은 구멍이 뚫렸고...'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돈 걱정하며 사는 것과, 굳건한 의지로 미래를 위해 지금을 절약하는 것, 어느 것이 맞는 것일까? 이쯤되면 작가의 저술 의도를 알 것도 같고,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를 이해할 것도 같다.


작가가 제시하는 절약이라는 이미지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솔루션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포기하지 못하는 욕망과 그 순간을 건뎌내려는 의지 사이의 싸움은, 아마도 한 평생 지속될 것이다.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살아가느냐의 문제일 터이다. 저자는 그런 고민을 맞닥뜨린 우리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나름의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해주는 것이다. 그 내용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는 실천까지 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린 문제다.


결국은 나만의 금전감각이 필요하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지키기 편하고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금전감각 말이다. 그것이 작가처럼 조금은 극단에 치우친 절약이 될 수도 있고, 나름의 타협을 통해 중간점을 찾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저자의 이야기를 참고하며 실용적인 부분은 취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생각 끝에 고쳐 쓰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저자의 이야기들이 큰 설득력을 지니며 다가온다. 결국은 하나의 기준이다.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만의 금전감각에 대한 기준을 보여주고, 우리는 그 기준을 판단하여 나만의 기준을 다시금 정립해 가는 과정, 그 과정이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부분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