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속죄 그리고 용기에 대한 이야기 - 침묵을 삼킨 소년

침묵을 삼킨 소년 - 제3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9월

죄와 속죄 그리고 용기에 대한 이야기 - 침묵을 삼킨 소년 _ 스토리매니악

어느 날 갑자기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중학생 '쓰바사', 그런 아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답을 찾아나가는 아버지 '요시나가'의 이야기가 이 소설을 큰 축이다. 중학생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끔찍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그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번지며 많은 생각을 낳게 한다.

청소년 범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청소년 범죄율의 증가와 그 잔혹함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어린 나이에 살의를 느낄 정도의 충동과 그들을 말리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을 보며 늘 조마조마 하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따지기 이전에, 그 원인이 무엇이고 또 어떻게 그 후에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이 소설을 통해 그런 문제점들을 더 깊이 느낀다. 비록 일본을 배경으로 해 쓰여진 소설이지만, 지금 우리도 안고 있는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의 대처를 우리는 얼마나 고민하고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바로 그 점에 초점을 맞추어 하나의 사건을 설계하고, 그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을 촘촘히 바라본다.

살인을 저지른 중학생 쓰바사를 바라보는 시선, 그런 아들을 두고 속죄를 고민하고 미래를 생각하며 분투하는 아버지 요시나가를 바라보는 시선, 그 사건과 관련된 환경을 만들어버린 사회라는 시스템에 대한 시선, 사건을 일으킨 원인은 뒤로 한채 어두운 면을 덮어버리기만 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건을 바라보며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변호사 형사에 대한 시선, 작가는 이런 시선들을 얼기설기 엮으며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소설을 통해 토해내고 있다.

그 사건이 일어난 원인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단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그 사건의 중심에 놓인 인물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그들이 겪는 아픔의 무게와 삶이라는 짐의 무게를 보여준다. 일부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살인을 저지른 자에 대한 허울 좋은 미화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어느 부분 이런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아버지 요시나가라는 인물에 몰입하여 그가 느끼는 두려움과 절절함, 안타까움과 그가 하려는 노력들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그가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진행하는가를 보며, '내가 살인을 저지른 아들을 두었다면' 이라는 가정을 해보고 만든다. 그랬을때 과연 요시나가라는 인물처럼 내 자신을 추스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이 소설이 재미있었고, 그만큼 남는 것이 있는 소설이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큰 문제를 원인과 결과라는 관점에서만 보지 않고, 조금은 뒤로 빠져 그것과 연관된 인물들의 감정을 파고 든 것 말이다. 나는 이 부분이 이 소설의 가장 좋았던 점이라 생각한다. 

분명 무거운 주제다. 그래서 더 짙은 여운이 남는다. 그 여운이 영 개운치 않을 수도, 또는 감동의 물결이 될 수도 있겠다. 결국 살인이라는 사건을 보는 개개인의 철학 차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을 읽고자 하는 이들은 사건 자체보다,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에 집중해 읽으면 훨씬 재미난 소설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