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욕망하다 - 은밀하게
김정경 글.그림 / 다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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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어때서? 욕망 하고 살자! - 아저씨, 욕망하다 _ 스토리매니악


난 이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호칭이 '아저씨' 라고 생각한다.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표시로써의 호칭 때문이 아니다. 예전에는 나이 든 사람의 호칭으로만 쓰였지만, 지금은 잠재적인 범죄자로써의 무게도 실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저씨라고 해서 모두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모두 폭력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온갖 사회문제를 꼭 이 아저씨들이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통계적 사회적으로 여전히 가장 의심받는 부류이기도 하다.


내가 아저씨가 되면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초등학교 출입금지 때였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참 아동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일어났을 때, 성인 남성들의 초등학교 출입을 막았던 때가 있다. 내 마음 속의 힐링 장소에 출입 금지를 당한 것도 황당했지만,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부글부글 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아저씨라는 호칭이 따라 붙는 것과 동시에, 아저씨들은,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 더 표출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많이 생기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를 '욕망' 이라는 단어로 명쾌하게 제시한다. 그렇다. 아저씨들은 욕망을 조심해야 한다. 욕망을 함부로 취하려 하다가는 범죄자로 취급 받고, 욕망을 표현이라도 했다가는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게 된다. 뭐, 일부는 아랑곳 없이 욕망을 즐기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다수의 소심한(?) 아저씨들은 자신의 욕망을 최대한 감추고 조심조심 하며 산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는 참 용감하다. 자신의 욕망을 거침 없이 이야기하고, 이를 공유하며,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즐기려 노력한다. 때론 그 욕망이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들고, 피시식 웃음이 나올만큼 소박한 것이기도 한데, 한 아저씨의 욕망을 들여다 보는 것이 이런 쾌감을 줄 줄은 몰랐다. 남의 욕망을 훔쳐보는 즐거움이 아니라, 이렇게 자신의 욕망에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공감과 감동에 따른 즐거움이다.


작가의 욕망은 어쩌면 일반적인 남성의 욕망들과 거의 같다고 볼 수 있겠다. 여자에 대해, 술에 대해, 가족과 일에 대한 욕망들, 어떤 면에서 보면 고리타분하기도, 또 짜릿하기도 한 욕망들이다. 그런 욕망들에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 그런 욕망들을 과감히 표출하려 펜을 드는 저자의 모습이 어찌 그리 시원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많은 아저씨들이 이 책을 읽고 나와 같은 즐거움을 느꼈다면, 이는 필시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 안에 있는 욕망을 생각하고, 이를 꾹꾹 누르기만 했던 자신을 생각하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또 공감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이 책이 주는 재미라면 바로 그 점 아닐까 싶다. 남의 욕망을 들여다 보며 자신의 욕망을 생각하고, 그 욕망을 표출하고 충실하려는 저자를 보며 억눌려 있는 자신을 들여다 보는 재미 말이다.


누구나 욕망이 있다. 이는 남자 여자를 떠나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저씨라는 단어가 주는 찡함이 있다. 그들이 가진 욕망을 이해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욕망을 대놓고 이야기하기엔 용기가 없는 것이 대부분의 아저씨들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뻔뻔스러움(?)이 더 부러운지도 모르겠다. 지친 일상 속에 저자처럼 욕망 한 자락도 갖고 있지 않다면, 이 세상 무슨 재미로 살까? 그 욕망을 통해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면, 어쩌면 욕망은 필수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아저씨가 이 책을 읽는다면, 조금은 용기를 얻지 않을까 싶다. 저자와 같이 욕망하며 살 수 있는 용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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