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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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웃은 안전하십니까? - 크리피 _ 스토리매니악


현대인은 여러 의미에서 고립된 존재다. 전통적인 공동체 사회가 붕괴되면서 그 고립은 더욱 심해졌다. 근래들어 공동체 회복이니 하는 말이 들려오기는 하지만, 아직도 도시 한 가운데에 사는 이들은, '공동체' 라는 말보다는 '개인' 이라는 말이, '더불어' 라는 말 보다는 '고립' 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 고립의 골을 파고드는 것이 범죄다. 옆집 일에 무관심하고 동네에서 일어난 일도, 내 일이 아니면 상관 없는 사회, 그래서 지금의 현대 사회는 범죄에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많은 사건, 사고와 범죄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조금도 고립을 벗어난 사회였다면 막을 수도 있는 범죄들, 좀 더 공동체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면, 예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범죄들이다.


이 소설 <크리피>는 바로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현대인의 고립된 환경을 배경으로, 바로 옆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공포와 상상도 못할 범죄의 연속을 보여주고 있다. '악의 천재' 라 불리는 범죄자가 이 소설을 지배하는 공포스러움으로 생각될 수도 있겠으나, 그 실체는 현대인들의 고립된 삶임을 책을 덮으면 잘 알 수 있다. 우리 주변의 현대적 삶의 행태들이 악의 천재를 낳는 것이며, 범죄의 연속을 잉태하고 있다는 섬뜩한 사실 말이다.


한 대학교수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서서히 범죄의 윤곽과 범인에 대한 공포가 소설을 지배하는 구조다. 그 전개 과정이나 범인을 좁혀가는 과정, 그 후의 범인에 대한 추격까지, 뛰어난 몰입감을 선사하는 범죄소설이라기에는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살짝 산만한 감도 있고 쫀득한 긴장감도 부족해 보인다. 한 방이 부족한 느낌이랄까? 뭔가 뒷통수를 때리는 번쩍임이 없는 것은 영 아쉽다. 하지만 이야기가 그리고 있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선명히 보이고, 그것이 이야기와 엮어져 들어감을 느끼면서는 상당한 재미를 선사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현대인의 취약한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범죄자, 그 범죄자가 그런 상황에 집착하게 만드는 현대 사회의 병폐, 그 범죄의 굴레 안에서 저항조차 못하고 흔들리는 피해자들의 모습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저자가 제목에서 말하는 오싹하고 기이한 이야기에서 오는 공포의 섬뜩함이 주는 생생함 보다는, 그런 사회 안에 살고 있다는, 내 주위의 누군가가 이야기 속의 인물들처럼 오싹함을 안겨 줄 수 있는 인물일 수 있다는 그 생생함이,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그 생생함이 너무나 인상적인 소설이라 하겠다. 범죄소설 혹은 미스터리 소설의 범주에 놓고 보자면, 아쉬움이 묻어난다 하겠으나, 앞서 말한 현대 사회의 생생함이 주는 공포라는 범주에 넣고 생각하면, 수 없이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소설이라 하겠다. 현대라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그 안에서 살다 또 다른 모습의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이 소설의 여운에 짙음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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