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공존 - 숭배에서 학살까지, 역사를 움직인 여덟 동물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김정은 옮김 / 반니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몰랐던 동물과 인간의 관계 - 위대한 공존 _ 스토리매니악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다분히 종속적이다. 다양한 동물을 살육하여 그 고기를 주식으로 삼고 있으며, 아무리 커다란 동물이라도 아무리 사나운 동물이라도 굴복시켜 구경거리로 삼는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동물은 생활권에서 몰아내거나 간단히 죽여 없애 버린다. 동물을 애써 보호하지 않으면 그 종이 멸종되어 버리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어떻게 보아도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종속적이다. 이의의 여지가 없이 말이다.


20세기에 태어난 나는 이와 같은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크게 의심해 본 적이 없다. 종속적인 관계가 당연하다 생각했고, 그것이 동물의 존재 이유라 믿었고, 지금의 사회에서 동물을 대하는 방식이라 믿었다. 물론 지나친 살육에는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동물 보호를 위해 식량원으로써의 동물을 포기해야 한다고 믿지는 않는다. 이것이 그간 내가 가져온 동물에 대한 생각이고 시각이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는 내 생각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그 먼 옛날부터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었음을, 인간 사회 발전의 역사에 동물이 커다란 기여를 했음을, 둘 사이의 관계가 절대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적 관계였음을 보여주고 있기 떄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저 먼 원시시대의 한 동굴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며, 우리 인간의 역사에서 동물이 어떻게 등장하였고, 이들과 어떤 교류를 하며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또 동물과 인간이 서로의 생존에 어떤 영향을 주었고, 이와 같은 상호적 행동들이 자연계를 어떻게 유지시켰는지 일러준다. 저자는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가진 동물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지, 동물이라는 존재를 얼마나 과소평가 하고 있었는지를 날카롭게 전해준다.


책을 읽으며 여러 부분에서 놀랐는데, 특히 동물이 인간의 생존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오만에 대한 지적에서는 깊이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잉태된 이 같은 생각은 동물을 인간의 하위 종으로 종속시키는데 크게 기여했고, 지금의 동물에 대한 학대와 학살에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 동물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이용되고 소비되는 것이라는 지금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우리가 다시 생각하고 바로 잡아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이 책은 잘 가르쳐주고 있다.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 아니듯, 동물의 주인이 인간이 아님을 깨달아야 하고, 동물을 단순히 소비로써의 객체가 아닌 자연 위에서 공존하는 존재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깊이 동조하게 된다.


또, 동물이라는 존재가 인간의 역사에 얼마나 깊이 개입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 것도 이 책을 통해 얻은 기쁨 중에 하나다. 농업 혁명의 핵심에 있는 동물이라는 존재, 운송수단의 중심에 위치한 동물이라는 존재, 인간 사회의 여러 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동물이라는 존재를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이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동안 동물과 인간의 역사와 연결시켜 생각해 본적이 없던 내게는 꽤 신선한 충격과도 같았던 내용이다.


책에는 참으로 다양한 방향에서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그 시선의 중심에는 '공존' 이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일방적인 관계로써의 동물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써 동물을 보아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일깨워준다. 현대사회에서 동물에 대한 학대가 다양한 뉴스거리가 되고 있는데, 동물을 학대하고 학살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단지 사회적인 차원에서 말할 것이 아니라, 이 책을 통해 공존이라는 화두로써 이야기 해보면 좋은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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