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 온전한 나를 위한 혜민 스님의 따뜻한 응원
혜민 지음, 이응견 그림 / 수오서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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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람이 있기에 삶은 흥미롭다 -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_ 스토리매니악


혜민 스님의 첫 책이 나왔을 때, 사인회에 가 스님의 사인을 받았었다. 사인회라는 것을 처음 가보기도 했고, 마음에 드는 글을 만들어낸 저자를 본다는 생각에 살짝 설레기도 햇었다. 차례가 되었을 때, 블로그의 이름을 기억해 주셨던지 이름을 듣고 환하게 웃어 주시던(약간의 놀람이 동반된..)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때 기억에서 유독 머리에 남아있는 것은 스님의 환한 얼굴이다. 잘 생기고 뭐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잘 웃으신다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얼굴 자체에서 풍기는 환함이 참 인상적이었다. 사인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막연히 생각했었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힘을 온전히 쓰고, 남을 위해 따스함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의 얼굴이란 저렇게 환한가 보다' 라고...


한참 웃음이라고는 없고, 낯빛은 검정 크레용으로 쓱쓱 문질러 놓은 듯 했던 때라 더 그렇게 인상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책을 읽은 사람들은 하나 같이 큰 위로와 용기를 받았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부분에서는 미적지근 했다. 그 책에서 내가 건진 것은 타인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행하는 '한 사람' 이었다.


사랑은 사랑하는 이유 말고

다른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이 책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의 전작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스님의 인기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또 그만큼 스님을 욕하고 질시하는 말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나는 이런 부분이 인기를 얻은 사람이 당연히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라 생각한다. 스님도 사람인 만큼, 그런 말들에 상처받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의문부호를 다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자신이 세운 뜻을 굳건히 이루어 나가는 것이야 말로, 존경받을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이 책이 스님의 뜻을 다시 세우고 자신의 상처를 이겨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전작들과 같은 선상에 놓여 있는 책이다. 삶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힘겨워 하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완벽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한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엇이 우리가 삶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는지, 무엇이 우리의 내면을 평화롭게 하는지, 스님만의 시선으로 일깨워준다.


책을 보면서 스님이 참 많은 고민을 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자신을 공격해오는 상처들을 어떻게 벗어날지,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을 깨달았는지, 이를 힘겨워 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들려주고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줄지, 정말 많은 고민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만 같다. 스님이 들려주는 위로의 말보다, 스님이 말씀하시는 내면의 평화를 위한 말보다, 한 명의 사람에게라도 더 따스함을 전해주고 싶은, 위로를 전해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고 싶어하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깨달음을 갈구하는 하나의 사람이 보여 읽는내내 꽤나 먹먹했다.


아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 사이에는 항상 간극이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알았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아 알았다고 해서

바로 치유되거나 금방 행복해지지는 않습니다.

나는 이 책에 담긴 스님의 말이 우리의 삶에 어떤 위로가 되고 어떤 용기를 주는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잠언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효용이 달라진다. 아무리 좋은 말, 진리의 말일지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마음을 닫으면 한낱 단어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그 사람의 마음을 여는 글이 좋은 글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 경험으로는 그 사람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한 그 문을 열기는 힘들다. 사람이 준비가 되어 있으면 악문 속에서도 삶의 진리를 발견하는 법이다.


나는 이 책에 담긴 말들을 그냥 차곡차곡 쌓아두기로 했다. 당장 감동을 몰고 오는 문장도, 당장 위로의 문을 열어주는 문장도, 또 아무 감흥이 없는 문장도 있었다. 나는 다만 그 내용들을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껴보려 한다. 가슴에 잘 담아 두었다가, 내가 준비가 되는 날 더 큰 울림으로 다가 온다면 더할 나위가 없고 말이다. 스님이 말씀하시는 완벽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스님의 이야기를 읽으면 읽으수록, 그렇게 모자라기에 인생이 흥미롭기 짝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사람은 우리 삶 속으로 들어와 잠시 머물다 그냥 떠나지만

어떤 사람은 잠시 머무는 동안, 우리 삶을 크게 변화시키는

아름다운 발자국을 가슴속에 남겨 놓고 떠난다.

- 플라비아 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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