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비밀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악보에 펼쳐진 세계사의 비극 - 한여름 밤의 비밀 _ 스토리매니악


세계사의 비극을 안고 있는 나라는 풀어 놓을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어쩌면 문학이 가진 소명이라 할 수도 있다. 역사에 담긴 비극을 지금의 독자들에게 나름의 해석을 덧붙여 이야기하는 것 말이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우리나라의 문학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 아닌가도 싶다. 그 어떤 나라에 비해서도 비극이라 불릴 만한 이야기를 많이 품고 있는 나라이건만, 문학에서는 이런 비극을 제대로 풀어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양과 질에서, 직무유기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내 생각에 자신의 나라가 안고 있는 비극을 가장 정면에서 그리고 적극적으로 풀어 이야기하는 나라가 독일 아닌가 싶다. 세계2차대전의 전범국, 상상할 수 없는 인종청소를 단행한 나라, 인간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 나라, 지금의 독일의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을 갖고 있는 나라다. 독일의 문학은 이런 비극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역사를 똑바로 주시하고 반성과 용서를 적극 구하는 부분에서도 알 수 있지만, 문학에서도 이런 모습을 잘 알 수 있다.


이 소설은 독일이 안고 있는 비극 중에서도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에서 벌어진 유대인 학살을 담고 있다. 유대인 학살에 대한 내용 자체가 소설의 주 내용은 아니지만, 이 스릴러 소설이 바라보고 있는 지점을 이야기한다. 20세기 최악의 사건이라 칭해지는 이 사건을 저자는 독일인의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 녹여 냈다.


소설은 독일 시내에서 벌어진 엽기적인 살인 행각, 이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라는 구도의 전형적인 스릴러 소설의 형식이다. 60년 만에 아들에게 전달 된 서류봉투 안의 악보 하나에서 비롯된 이 사건은, 얼핏 천문학적 가치의 유명 작곡가의 악보 탈취 사건이라는 범죄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 독일의 추악한 역사가 숨어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이를 유연하게 엮어 내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범인을 쫓는 형사들의 수사 이야기, 범죄에 얽힌 인물들의 스토리, 하나하나 밝혀지는 단서와 좁혀지는 수사망까지, 일반적인 스릴러물이 갖고 있는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독일 작가의 소설답게 특유한 간결함과 건조함이 느껴지는 문장들이다. 또 어떤 면에서는 스릴러의 긴장감이랄까, 쫄리는 맛이 좀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뭐랄까 자극적인 맛이 부족한 조금은 담백한 맛이 느껴진다.


스릴러 소설에 기대하는 포인트가 무엇이냐에 따라 이야기가 느슨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고, 충분히 이야기 속에 몰입할 수도 있겠다 생각된다. 내 경우는 적절한 정도의 긴장감과 재미를 느꼈지만, 악보와 역사의 이면이라는 주요 제재가 살짝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반전의 묘미랄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후자의 비중을 늘렸으면 더 재미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은 '마탈라 형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전작을 읽어 보지 못해서 이 소설의 인물들을 더 깊게 느끼지 못한 것 아닌가도 싶다. 하지만 독일 특유의 정서가 묻어 있는 스릴러 소설이라는 점에서는 신선함과 나름의 즐거움을 같이 느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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