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른의 시간을 마주하는 방법 - 나를, 의심한다 _ 스토리매니악


나는 늘 궁금했다. 생물학적 나이게 더해질 수록 생각의 나이도 더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생각도 나이를 먹기 위해서는 별도의 방법이 필요한 것인지 말이다. 명확한 답을 찾지도 못했지만, 명확한 답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는 것이 요즘의 솔직한 생각이다. 나이에는 무게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달리 말하면 나이를 들어가면서 느끼는 어른의 무게라 생각해도 좋겠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어른의 나이가 된 지금, 그것도 무게감이 필요한 나이의 어른이 된 지금, 어른의 시간과 마주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책과 만났다.


강세형 작가의 <나를, 의심한다>는 일상에서 건져 올린 어른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어른이 되어 걱정하게 되는 것들, 어른이 되어 느끼게 되는 것들, 어른이기에 생각하게 되는 것들, 어른이라 가슴에 박히는 감정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세월의 무게가 점차 내려 앉으면 어느 순간 불현듯 내 나이를 의식하고, 이 나이의 내가 누구인지 고민해 보게 된다. 어떤 세월을 살았고 어떤 변화를 겪었고 어떤 미래를 고민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런 것들은 특별히 정해진 시간에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작가처럼 일상에서, 아주 불현듯,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그러한 감정의 파편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문장에 어른으로써의 고민과 감정과 불안이 가득 묻어 있다. 그런 문장들을 통해 어른이 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작은 메시지들을 끊임 없이 보낸다. 작가 자신이 어른의 시간을 대면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그 안에서 읽는 사람이 자신만의 어른의 시간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하긴 가장 반짝거려야 할 나이에, 나 또한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다. 돌아보니 내 나이의 앞자리는 이미 바뀌었는데, 나의 반짝이는 이십 대를 나는 대체 어디에 소모해버린 걸까. 어쩌면 그래서 나 또한 이곳으로 훌쩍 떠나와, 아니 도망 와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 

에세이라고 칭하기에는 아쉬운 듯한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꿈 속을 헤매는 것만 같다. 저자가 직접 대면한 감정인 것 같기도, 픽션처럼 어느 필터를 통해 전해지는 감정 같기도 하다. 현실이기도 꿈이기도 할 것 같은 이야기들이 뒤섞여 다채로운 색을 뿜어낸다.


에세이라 평하기엔 무리가 있는 요소가 있다 해도, 그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잘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의 이야기이기에 그 감정이 더 다가왔을 수도, 또는 한 번쯤 곱씹어 보게 되는 감정이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 


흔적 남기는 거 싫다는 얘기, 니들이 할 말은 아니지. 니들 작가잖아. 모든 걸 다 흔적으로, 그것도 남들이 봐줬으면 하는 흔적으로 남기는 사람들. 

책의 제목처럼 작가의 이야기는 우리가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든다. 작가의 이야기 자체도,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리 자신도, 어른의 시간에 끊임 없이 의문을 던지는 우리에 대해서도, 마치 이야기의 마침표 뒤에 우리가 이야기를 더해 놓아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