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만나, 이 생이 아름답다 - 시로 쌓아 올린 천재 시인들의 풍류와 우정
칭란쯔 지음, 정호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시 문장에 묻어난 감정의 파편들 - 그대를 만나, 이 생이 아름답다 _ 스토리매니악


중국 고전 중에서도 당시(唐詩)는 현대인들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 인간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들어 있고, 자연에 대한 감화, 삶에 대한 감정 등이 유려하게 펼쳐지는 당시는 한자 문화권에서 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도 시 하면 당시를 손에 꼽고, 그 시대에 활동했던 천재 시인들의 이름을 기억한다.


유난히 천재 시인들이 많이 보이는 시대이기도 한데, 이 책에 등장하는 이백, 두보, 백거이, 왕유, 맹호연 등만 해도 익히 들어본 이름들이다. 그들의 시구절 한 둘 쯤은 들으면 알 정도고, 암송하고 있는 것도 있다. 시로써 큰 위명을 떨친 이들의 우정과 애정 그리고 풍류를 이야야기 하는 책이 이 책 <그대를 만나, 이 생이 아름답다>이다.


책에는 당시의 천재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11명의 시인들이 등장한다. 우리가 시로만 알아 왔던 인물들을 이 책에서는 좀 더 그들에게 깊이 다가가, 그들이 갖고 있었던 그윽한 사연을 들려준다. 그들이 벗과 함께하며 서로 우정을 쌓고, 서로 애정을 보이며, 서로를 그리워한 감정들이 고스한히 드러나는 이야기들이다.


시인들간에 이런 우정이 존재했다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이야기를 보니 시로, 행동으로, 마음으로 교류한 그들의 감정이 거세게 다가온다. 시인들답게 예민한 감수성으로 자신들의 감정을 표출하고 이를 시로 남김으로써 그 감정을 더욱 드러낸다. 서로를 그리워하며 쓴 시들은 마음을 울리고, 서로의 헤어짐을 안타까워 하며 쓴 시들은 가슴을 옥죄어 온다. 내가 그 시절을 산 것도 아닌데, 그들의 분위기에 감화되어 촉촉해지는 걸 느낀다.


시가 살아 있는 시절은 역시 풍류가 있다. 시대를 탓하기도 하고 자신의 불행을 탓하기도 하지만, 자연과 그리고 벗과 함께하며 인생을 즐기고자 한 그들의 풍류가 참으로 멋져 보인다.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에 간혹 취하기도 하고, 그들의 시를 통해 그 풍류를 살짝 맛 볼때엔 깊은 한숨도 짓게 된다.


시는 역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우정과 애정과 그리움에 대한 그들의 시는, 지금 이 삭막한 시대를 살고 있는 내게도 우정과 애정과 그리움을 생각하게 한다. 그들만큼의 풍류가 섞인 감정은 아닐지라도, 그들만큼 짙은 감정은 아닐지라도, 잠시나마 그들의 시에 편승해 나 또한 감정의 바다에 몸을 담근다. 이 책이 주는 매력은 바로 이처럼 시에 반응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지금의 나를 생각하고 내가 잊은 또는 갖고 싶은 감정들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다만, 시대적 배경이 빈약하고, 시적 언어나 시대적 인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에, 본문의 내용이 꽤 어렵게 느껴지는 점은 있다. 힘주지 않고 편하게 읽어나가면 잘 읽히지만,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에 머뭇거리다가는 책장이 무거워질만하다.


시인들이 남긴 고귀한 감정들이 지금의 퍽퍽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조금의 윤활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잊어버린 감정을 되찾고, 조금의 풍류나마 간접적으로 즐기는 귀한 기회도 제공한다. 찬바람 부는 가을에 꼭 필요한 사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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