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편집으로 읽다 - 에디톨로지

에디톨로지 (반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창조, 편집으로 읽다 - 에디톨로지 _ 스토리매니악

창의성이 강조되는 시대인 만큼, 창의성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많아졌다. 큰 그림을 그리고 추상적으로 창의성을 파고들어가는 책부터, 창의성의 기술적인 면에 치우쳐 이야기하는 책까지, 다양한 책들이 창의성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고 나름의 방법들을 설파한다.

그런 책을 읽을 때마다 뭔가 핵심을 파고드는 면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무엇인지는 알겠고,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는 알겠는데, 정작 창의성의 실체는 뿌옇게 보이는 아이러니다. 결국 그런 책들은 창의성을 키우는데 있어 지엽적인 기여는 했을지 모르겠으나, 딱 거기서 그치고 많다. 때문에 갈수록 창의성에 대한 갈증은 심해진다.

이 책은 또 하나의 창의성, 창조력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괴짜교수로 잘 알려져 있는 김정운 작가가 '창조' 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유쾌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가 접근하는 창조력은 조금 다르다. 창조란 특별할 것이 없고, 기존에 있던 것들을 구성, 해체, 재구성한 결과물에 지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창조에 대한 이미지와는 또 다른 이미지를 그려주고 있다. 저자는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편집' 에 지나지 않는다 말한다. 또, 편집이라는 과정 자체에 주목하고, 그 방법론을 '에디톨로지(Editology)' 라 명명한다.

일단 '창조는 편집이다' 라는 개념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비슷한 이야기들을 들어오기는 했지만, 이렇게 문장으로 정의하여 힘 있게 말하는 것을 들으니 또 다른 느낌이다. 없는 것에서 무언가 만들어내는 것을 창조라고 의식해오던 우리들에게 이 문장은 시원한 해방감과 더불어 '나도 할 수 있겠다' 라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 준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편집의 요체에 대해 보면 더 그렇다. 책에 등장하는 많은 사례들, 가령 스티브 잡스, 카라얀, 회화 작품 등의 사례를 통해 편집이 왜 창조의 핵심인가를 이야기할 때는, 저자의 주장에 자연스레 빨려 들어간다. 단순히 지식을 쌓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쌓아 그것을 편집하는 것이 창조의 핵심임을 깨닫게 된다.

지식과 문화, 관점과 장소, 마음과 심리학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내세우고, 각각의 주제에 맞는 소주제를 통해 저자가 말하는 지식의 편집과 편집을 통한 창조의 개념을 명확히 잡을 수 있다. 특히 지식의 편집이라는 부분에서는 많은 도움을 얻었다. 내 경우도 창조적인 면이 많은 일을 할 때, 늘 어려움에 부딪히곤 한다. 명확한 실체를 잡기가 참 어려워서인데, 작가가 제시하는 사례나 방법론들을 통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조가 지식의 편집에 기반한다면, 지식의 파편들을 열심히 모으고, 그 안에서 새로운 질서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이야기를 읽으며 여러 방법들이 생각나는 즐거운 경험을 한 포인트였다.

전체적으로 이러한, 편집이라는 개념과 창조의 방법론 등에 대해 즐겁게 생각할 수 있는 책이었다. 다만, 언어의 지나친 유희는 가끔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쉽게 접근하려는 의도였는데, 가끔은 지나쳐 보이기도 한다.

수 많은 지식이 생산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좋은 지식을 선별하여 새로운 지식으로 탄생시키는 만큼 중요한 작업은 없어 보인다. 바로 그 부분에 대한 과정의 방법론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이 좋은 조언을 들려줄 거라 생각한다. 피할 수 없는 창조력 요구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바를 통해 자신만의 루트를 하나 개척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