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양이 1 - 팥알이와 콩알이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연필이라 더 좋아 - 콩고양이 : 팥알이와 콩알이 _ 스토리매니악

 

내가 원래 좀 구식이라 그런지, 필감 좋은 펜 보다는 거칠게 종이 위를 노니는 연필이 더 좋다. 일 할 때도 서걱서걱 연필로 아이디어 스케치 하기를 좋아하고, 뭔가 메모를 할 때도 연필로 끄적이는 걸 좋아한다. 덕분에 필통에는 펜 보다 연필이 많이 꽂혀 있고, 긴 연필 짧은 연필이 들쑥날쑥 꽂혀 있는 모습에 힐링하고는 한다.

 

덕분에 연필을 사용한 글씨나 그림, 도형을 볼 기회는 많다. 물론 내가 쓴 것만... 아쉽게도 남이 쓴 연필 글씨, 그림, 도형을 볼 기회는 거의 없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연필로 그린 책을 만날 줄이야~

 

이 책은 일본에서 애묘인으로 유명한 부부 일러스트레이터 유닛 '네코마키'의 고양이 만화 에세이다. 펜선이 아닌 구불구불함이 드러나는 연필 드로잉으로 그린 심플한 만화다.

 

이야기는 두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단발머리 주인의 집에 입양된 두 마리의 아기 고양이 팥알이와 콩알이, 이 두 고양이가 일으키는 사건사고의 에피소드가 위트 있게 이어진다. 말괄량이 '팥알'양과 순둥이 '콩알', 상반 된 성격의 고양이들이 좌충우돌 하는 모습이 귀엽다. 개성 넘치는 주인집 인간(?)들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귀요미 만화다.

 

이야기 자체는 에피소드 형식이라 크게 서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페이지마다 연필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성과 심플한 이미지의 배치가 보고만 있어도 푸근하다. 구불구불한 연필의 터치와 넉넉한 여백은 프레임을 뚫고 나가는 상상력을 갖게 만들어, 실어 놓은 에피소드 이상의 또 다른 에피소드를 상상하게 만든다. 물론 그 상상이 즐거운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야기 자체가 재미 있지는 않지만, 연필 그림 자체가 눈을 무지 즐겁게 해주지는 않지만, 페이지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그 자체로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책에서 꼭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다. 그 자체에 빠져들어 즐길 수 있으면 족하다. 이를 제대로 증명해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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