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크랩 - 1980년대를 추억하며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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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추억을 스크랩하다 - 더 스크랩 _ 스토리매니악

 

같은 포맷의 이야기를 읽으면 질리기 마련이다, 아무리 이야기가 새롭고, 문장이 좋아도, 그 반복됨에서 오는 지루함이 있다. 그런데, 반복되는 패턴, 반복되는 패턴에도 그 이야기가 자꾸 읽어지고 싶어지는 경우도 있다.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들이 그렇다.

 

<더 스크랩>이라는 제목을 단 이 책은 예전에 출간 되었던 책이다. 꽤 오래 전에 읽은 책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판사를 달리하여 새롭게 단장된 책인데, 한쪽 귀퉁이를 뎅강 잘라먹은 책 디자인에,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일러스트까지 곁들여졌다. 이야기는 같은데, 뭔지 모르게 새롭게 느껴진다.

 

이야기는 작가가 '에스콰이어', '라이프', '뉴욕타임스' 같은 신문과 잡지에서 흥미가 당기는 기사를 스크랩하여 쓴 에피소드 형식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여기에 개장을 앞둔 도쿄 디즈니랜드 방문기와 LA 올림픽 시즌에 쓰여진 올림픽 일기가 덧붙여져 있다. 앞의 문장들을 잘 보면 알겠지만, 이 이야기가 쓰여진 시기는 꽤나 오래 되었다.

 

책의 내용이 대략 1980년 초중반에 쓰여진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왜이리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끔 마음이 술렁이기도 하고, 또 설레는지 모르겠다. 그때 난 코찔찔이에 세상 모르는 철부지요, 멍한 눈으로 나만의 세계를 보던 때였는데 말이다. 그때의 분위기를 온전히 기억도 못하면서 어찌 이리 이야기에 동화될 수 있는 것인지 신기하다. 아마도 머리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온몸으로 그때의 시간의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공간이 다른 곳에서 쓰여진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때의 시간이 주는 묘한 공감의 분위기가 있다. 그런 분위기에 공명하여 작가가 들려주는 담담한 이야기들이 울리는 것 같다. 잡담 같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 만나 잠깐 수다를 떠는 내용 같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도 있어 하며 전해 듣는 이야기 같기도 한 책의 내용인데, 참 편안하게 읽힌다.

 

지금의 작가와 2~30년은 젊었던 작가가 쓴 이야기를 접한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그때의 작가는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구나. 이런 사회현상을 짚어내 이렇게 이야기하는 작가였구나 같은 것을 생각하노라면, 어찌나 재미나던지 괜히 씩~ 한 번 웃게 된다. 조금은 진중하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낸 작가가 이런 생각의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구나를 생각하는 시간이 주는 마법을 다시 실감하게 된다.

 

시간이 담겨 있는 앨범을 한 장 한 장 넘겨 보는 느낌이 드는 책이라 생각한다. 작가가 꾹 꾹 눌러 담은 시간들이 문장을 타고 전해진다. 시간 속에 담긴 다양한 생각과 사회의 모습들이, 긴 시간 동안 싱싱하게 살아 보존되어 펼쳐진다. 지루한 삶에 지난 시간을 추억하며 조금씩 읽어나가기에 더 없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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