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송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율리 체 지음, 장수미 옮김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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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비판의식으로 바라보다 - 어떤 소송 _ 스토리매니악

 

상테!(Sante. 프랑스어로 '건강'을 뜻하는 말)

안녕이라는 인사말 대신, '건강'을 인사말로 주고 받는 사회가 있다. 작가 '율리 체'가 창조한 미래 세계다. 이곳에서는 건강이 최우선 가치이자 법이다. 모든 질병이 퇴치된 사회고, 위생과 청결이 사람들의 규범이다. 매일 정해진 양 만큼 운동을 해야 하고, 건강 진단을 통해 사람들의 상태를 매일 체크한다. 독과 같이 취급하는 담배는 금지의 대상이고, 불결한 세균이 있을지 모르는 강에는 발을 담그는 것 조차 금지 된다. 음식은 튜브를 통해서만 섭취하고 직접 잡은 물고기 또는 풀 등은 섭취를 금지한다. 심지어 면역 체계가 다른 사람끼리는 결혼조차 금지 된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이를 위해 모든 사회 규범이 만들어진 사회, 질병의 위험에서 벗어나고 건강한 삶을 보장받는 사회, 그렇다.인간이 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이는 환경이다. 그러나, 소설의 주인공 '미아 홀'은 이 체제에 저항한다.

 

남동생을 잃은 슬픔에 빠져 건강관리 소홀의 죄로 법정에 소환 된 그녀는 동생의 죽음 이면에 있는 진실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체제의 불합리함을 깨닫게 된다. 건강이라는 가치를 내세우며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체제, 마치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체제로 변질된 일그러진 사회다. 미아는 자신을 둘러싼 소송을 통해 이 체제가 간과하고 있는 핵심을 인식하고 과감히 그 불합리함에 맞선 것이다.

 

미아의 소송을 보며 작가가 말하려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체제', '가치를 위해 개인의 사생활과 정보를 과도하게 들추어내는 사회'가 바로 우리 곁에 있음을 깨닫는다. 안전한 사회, 체제의 유지 등 보편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이러한 가치들을 위해 지금의 사회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인권을 유린한다.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 같지만, 개인의 가치 테두리에는 반하는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런 체제 안에서 순응하며 살면 편하다. 법의 철창이 우릴 보호해 주고, 안전의 유리집이 우릴 지켜준다. 그런데, 미아는 왜, 그런 체제에 반기를 든 것일까? 체제 안에서 순응하며 살면 무엇보다 편안한 삶을 누릴 수가 있는데 말이다. 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책의 카피와도 같은 다음의 문장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삶이란 하나의 제안이고 우리는 그걸 거부할 수도 있는 거야."

 

삶이란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다. 국가가, 체제가, 그 선택을 대신하고 강요할 수 없다. 그것이 아무리 보편적으로 또는 다수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라 해도 말이다. 미아 홀이 건강이라는 가치를 강요 받는 체제에서 반기를 든 것은 이를 대변하는 것이다. 체제가 잘 굴러가고 있다 해서 그 체제에 대해 비판의식 조차 갖지 않는다면, 이는 개인의 자유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 미아의 소송을 통해, 모든 사회 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비판적 문제의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개인의 자유 또는 인권에 대한 억압이 정당화 되는 체제는 없어야 한다. 물론 개인을 벗어나 사회를 위해 서로간의 양보와 희생이 전제 되긴 해야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한계선을 넘어선 안 된다. 미아가 사는 미래 사회는 이 한계선을 넘어 개인을 억압하고 있다. 그 사회에 순응하여 살 때, 그 사회의 모습이 어떤 것일지, 이 소설이 적나라 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을 통해 사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점검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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