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비스데이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나도 이런날이 있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 부럽다. 내게도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는 서비스데이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재미난 제목만큼이나 묘하게 움찔되게 만드는  표지 그림이 있는 중단편집이다.

 

나오키상 수상 작가인 슈카와 미나토는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스릴과 공포를 동시에 안겨주는, 일명 노스텔직 호러의 대표작가로 알려져 있다. 올빼미 사내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 이후 하얀 방에서 달의 노래를로 일본 호러소설대상 단편상, 꽃밥으로 제133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화려한 수상이력이 말해주듯 일본에서는 주목받는 작가로  급부상한 작가다.

 

이 책에는 현실과 허구가 적절히 버무려진 다섯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무슨 일이든 이루어지는 서비스데이를 맞은 중년남자 이야기, 범죄사건의 증거품을 모아 돌려보는 희한한 모임 이야기, 오른손만 있는 귀신과 같이 사는 프리터 청년에 대한 이야기, 붉은가재와 식은땀 쪽빼는 한판 승부를 벌이는 초딩 이야기, 그리고 자살 후  스틱스를 건너려는 청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나하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야기들이다. 재미에 흠뻑 빠져 허우적 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독특한 분위기에 끌려어버버하는 중에 끝장을 맞는다. 특히 '창공 괴담'이라 제목이 붙은 오른손만 있는 귀신이야기가 참 마음에 든다. 성불하지 못한 귀신 루리코는 흡사 우렁각시 같다. 그 귀신을 애처롭게 여기고 무덤덤하게 같이 사는 프리터족 구사카베씨. 그리고 귀신을 쫓아내려다 홈빡 정이들어버린 화자인 나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귀신이야기치고는 너무 따숩다. 세상에, 손이 거칠어진 귀신을 위해 오로나인 H 연고를 사다주는데 어찌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작가는 마지막을 꺽꺽 거리며 웃게 만드는 유머를 던져주며 끝내 소프트한 귀신이야기를 들려준다.

 

"근데 어때요? 루리코는 미인이던가요?"

가엾은 여인의 혼이 사라진 후,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남자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말을 구사카베 씨에게 물었지.

작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그가 대답해 주더군.

"흠, 글쎄...... 꽤 마니아 취향일지도 모르겠군."

-p231

 

머리가 딱딱해진다면, 그래서 머리가 슬쩍 무거워진다면, 이 책을 통해 말랑말랑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부담없이 한장한장을 넘기기에 적당한 책이다.

 

이 책으로만 작가를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작가의 아주 일부분만 본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다음작품 또 다음작품, 작가의 문장력에 조금씩 다가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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