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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2013 세트 - 전2권 - 우리가 가장 아프게 빛나던 시절 ㅣ 학교 2013
안재경 지음, 이현주.고정원 극본 / 북하우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이상과 현실, 그 어느 경계 - 학교 2013 _ 스토리매니악
학교에 다닐 때에는, 학교가 배움을 주고 받는 곳 인줄만 알았다. 선생님은 가르치고 학생은 배우는, 책에 담긴 지식만을 주고 받는 곳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제 학교란 곳에서 멀리 떨어져 그곳을 보니, 그곳은 단지 지식만을 주고 받는 곳이 아니었단 생각이 많이 든다. 지식, 공부, 그 이상의 무엇을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 학생과 학생 사이에 주고 받았다고 말이다.
이 소설 <학교 2013>을 보니 내 그런 생각이 얼추 맞는구나 싶다. 학교 폭력, 왕따, 자살, 교권 추락이라는 우리나라 학교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도 학생을 놓지 못하는 선생님을, 학교를 놓지 못하는 학생을, 그런 학생과 선생님 사이의 절망과 희망을 학교라는 배경에 녹여내고 있다. 그렇다, 학교에는 이렇게나 많은 감정과 사람을 주고 받는 곳이었다.
이 소설은 승리고 2학년 2반을 배경으로 한다. 세상에 달관한 듯한 '고남순', 모범생 '김민기', 전교 1등의 '송하경', 학교 최고의 문제아'오정호' 패거리까지, 가지가지 잘도 모인 반이다. 이런 반에 기간제 교사인 '정인제' 선생이 담임으로 부임한다. 그렇다, 그녀는 학생을 놓지 못하고 참교육을 놓지 못하는 선생님이다. 거기에 일타 언어 강사인 '강세찬' 선생이 공동 담임으로 부임한다. 그리고, 이 반은 수많은 사건과 수많은 감정들로 휘몰아친다.
소설을 읽고 난 느낌은 이렇다. 우선, 나 때와는 학교란 곳이 참 많이 변했구나 하는 점, 그리고, 지금의 학교가 이런 모습이구나 하는 어설픈 현실의 인지가 앞선다. 아이들은 나름의 문제들을 안고 있다. 문제아만이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학생들은 모범생은 모범생 나름으로, 전교 1등은 전교 1등 나름으로, 꼴찌는 꼴찌대로 문제를 안고 있다.
소설에 비치는 그 문제라는 것들이 너무나 위태롭게 보인다. 실제 지금의 교육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고 하니, 살짝 오싹해지기도 한다. 이 살얼음판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학생이라는 존재가 그렇기에 더 안타까운지도 모르겠다.
정인제 선생은 그런 안타까움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해보고자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다. 때로는 학생들을 향해, 때로는 동료 선생님들을 향해, 그리고 때로는 학부모들을 향해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문제들을 보듬고자 한다. 반면에 강세찬 선생은 그런 문제들은 문제대로 두고, 또 다른 목표로 아이들을 몰아가는 사람이다. 이 두 사람의 미묘한 어긋남이 서서히 하나의 방향으로 맞물려 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어쩌면 학원물이기에 느낄 수 있는 그런 재미다.
여기에 고남순과 전학생 '박흥수'의 감춰진 이야기가 소설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지금의 고남순이 왜 그렇게 됐는지, 박흥수는 또 그런 고남순을 왜 그리 증오하는지, 둘 사이의 풀지 못한 이야기가 소설의 전반을 힘있게 끌고 가고 있다.
다 알겠지만, 이 소설은 2013 상반기 화제작 드라마 <학교 2013>을 소설로 옮겨 놓은 것이다. 때문에 소설 자체의 재미가 얼마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었다. 그런 의심을 갖고 읽었음에도 소설로서의 재미가 한껏 있었다. 속도감 있게 읽히는 스로리 라인과 그 안에서 인물들의 감정이 부딪히는 장면장면은 꽤나 흡인력이 있었다. 살짝살짝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그런 아쉬움을 쉽게 잃어 버릴 정도의 재미를 갖고 있는 소설이었다.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물들을 아주 잘 그려 놓은 이야기라 생각한다. 그것이 현실의 학교와 매치가 되면서 그 울림이 더 커진 것 아닌가 싶다. 드라마의 텍스트화가 아닌, 텍스트 그 자체로서의 힘이 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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