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계곡 모중석 스릴러 클럽 35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타인에 의한 고통을 계곡 아래로 떨구다 - 지옥계곡 _ 스토리매니악

 

눈발이 흩날리는 겨울 날, 지옥계곡이란 이름 붙여진 험한 곳을 오르는 여자가 있다. 정찰을 하던 산악구조대원은 그녀를 발견하고 가까스로 투신하려는 그녀의 손을 잡는다. 그러나, 그녀는 공포에 질린 눈빛을 그에게 남기고 차가운 계곡 아래로 떨어진다.

 

뼛속 깊숙이 스며드는 듯한 한기가 느껴지는 도입부를 시작으로 그녀가 그렇게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가는 스릴러 소설이다. 찜찜한 여운을 남긴 그녀의 죽음은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렇게 하나 둘, 이유를 알 수 없는 살인이 이어지고 살인과 살인을 이어주는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의 전작들을 엄청 재미있게 읽었던 나로서는, 이 작품이 상당히 아쉽다. 사람의 심리를 쥐어 틀고 거칠 것 없는 와일드함으로 긴장의 끈을 조여오던 그의 예리함이 이 소설에선 차가운 분위기 만큼이나 얼어 버려 둔탁한 감촉마저 느껴진다.

 

인물들의 심리를 거침없이 내어놓고 이야기 속에 끌어들이는 능력은 여전하지만, 그 인물간의 또는 인물과 이야기 간의 긴장감이 조금은 느슨해 보인다. 이야기에 쫀쫀한 긴장감이 약하다 보니 사건에 몰입이 약해지고, 이어지는 핵심에 다가가는 과정까지도 설레는 맛이 아쉽다.

 

그러나, 조금 다른 면을 본다면 역시 작가다운 면모도 꽤나 보인다. 우선, 죽음의 그림자를 만든, 인간의 나약함을 그린 부분이 좋다. 얼음과 눈으로 덮인 산에서 벌어진 진실들, 그 사건을 통해 보는 나와 타인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여 얻은 마음의 짐에 대한 표현들은 이야기 속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마치 인간은 냉혹한 한 겨울의 추위만큼이나 차갑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다. 그 외면과 고통으로 인해 계곡에 몸을 던진 그녀는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사람을 바라보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만으로는 평균 이상의 재미를 주는 스릴러 소설이지만, 작가에 대한 나의 기대치 때문에 내 평가가 조금은 박한 것 같다. 좀 더 심장이 쿵쿵 뛰는 그의 작품을 다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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