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김정남 지음 / 작가정신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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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을 준비한다는 것 - 여행의 기술 _ 스토리매니악

 

삶의 끝은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누구에게는 아름다운 끝으로, 누구에게는 아쉬운 끝으로, 또 누구에게는 후회만 가득한 끝이 될 수도 있다. 아름답고 행복한 끝을 만들기 위해선 무엇보다 인생의 순간순간을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 순간순간을 불행과 후회만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때로 삶의 끝을 비극적으로 만들려 하기도 한다.

 

정해진 섭리대로 생의 끝을 기다리지 않고, 성급하게 자신의 의지로 끝내려 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너무나 힘겨운 삶을, 그 순간순간을 견디지 못해, 또는 더 이상 그 삶을 이어나갈 용기를 얻지 못해 비극적 끝을 맞으려 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승호'도 그런 인물이다. 자폐아인 아들과 여행을 떠난 그는 생의 마지막을 그 여행에서 맞이하려 한다. 자폐아인 아이를 어떻게든 길러 보려 한 엄마는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가 버리고, 시간 강사의 삶에 지쳐 이름 없는 대학의 비정규직 교수로 들어간 그는 일방적인 해고를 당한다. 자신에게 남겨진 자폐아인 아들의 짐은 생각보다 무겁고 이내 그는 삶의 끝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래도 생에 대한 미련이 남았음인지, 아니면 생과의 이별을 위한 것인지, 그는 아들을 데리고 자신의 추억들이 남아 있는 곳을 찾아 다닌다. 과거를 만나고, 피붙이를 만나고, 추억을 만나면서 그는 아들과 함께 이 세상을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솔직히 나는 그의 여행이 남아 있는 생의 끈을 조금이라도 잡아보고자 여행의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이기도 했다.

 

작가는 승호가 죽으려 하는 이유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그의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죽음, 고생뿐인 누이의 삶, 그리고 아련한 사랑의 추억을 그 여행 간에 이야기한다. 이렇게 고단한 삶을, 이렇게 무거운 짐뿐인 삶을, 그가 이제 마감하려 한다는 비극적 괴로움을 더하는 것만 같다.

 

그러나, 묘하게도 그런 이야기들이 더해질 때마다, 승호의 삶에 대한 애착이 더 드러나는 것만 같음은 왜인지 모르겠다. 자폐아인 아이가 지나친 행동을 할 때마다 그런 자녀를 둔 부모 같지 않음을 보여주고, 아내가 아이와 씨름하고 있을 때 지난 사랑을 다시 만나며 일탈을 즐기는 그의 모습이, 그런 비극을 사람이기에 놓을 수 없는 생의 미련을 생각나게 한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승호의 삶의 비극적 장면들이 조금은 껄끄러웠던 것도, 승호의 이런 속물적 근성에 원인이 있지 않나 싶다. 이는 그 결말에 가서 더 두드러지는데, 그가 삶의 한 귀퉁이를 잡는 이유가 더욱 그런 면을 도드라지게 한다.

 

삶의 끝을 준비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음을 다시 느낀다. 어쩌면 소설 속 주인공처럼 잠시의 투정으로 그치는 해프닝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주인공처럼 인위적 삶의 끝을 위한 이유를 찾는 것보다, 순리대로 삶의 끝을 향해가는 여행의 길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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