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청춘, 문득 떠남 - 홍대에서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모로코까지 한량 음악가 티어라이너의 무중력 방랑기
티어라이너 글.사진 / 더난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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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에 충실한, 무채색의 여행기 - 느린 청춘, 문득 떠남 _ 스토리매니악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생각만으로는 참으로 즐겁다. 하지만, 실제 그 낯선 곳을 맞닥뜨렸을 때는, 생각과는 사뭇 다른 경우를 만나기도 한다. 그런 것이 여행의 묘미라면 묘미일텐데, 늘 즐겁기만 한 일이 있는 것도, 늘 멋진 광경만 보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떠나고들 싶어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 그 해답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다. 넉넉하지 않은 자금사정으로 싼 호스텔에만 묵고, 비스킷으로 한 끼를 때우면서도, 여행지의 미술관은 꼬박꼬박 들르는, 어떻게 보면 궁상맞은 여행이다. 빡빡한 일정 속에도 여유를 찾고, 맘에 드는 도시의 골목은 맘껏 누리는 묘한 매력을 지는 여행이기도 하다. 인디음악가인 저자는 그렇게 도시마다의 매력을 찾아, 터덕터덕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모로코를 누볐다.

 

기존 여행서처럼 도시의 볼거리를 공들여 설명하거나, 샤방한 상점들을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남들이 안 갈법한 곳을 소개하고, 굳이 관심 두지 않을만한 곳을 더 설명한다. 겉멋이 잔뜩 들어 있는 여행서들과는 달리 어떻게 보면 참 소박한 여행이야기뿐이다.

 

그래도 그 무채색의 이야기가 좋다. 자신이 느끼는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바를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때론 투덜대기도 하고, 때론 거친 말로 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도시의 아름다움에 꽂힐 때는 그지 없이 낭만적인 글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행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각자의 눈으로 보는 아름다운 것, 즐거운 시간, 매력적인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소개하고 즐기는 것 말이다.  그렇게 거침 없이 즐기는 것이 여행이지 싶다. 그간 참 그런 이야기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구나 싶을 만큼, 이 책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즐겼다.

 

그렇다고 저자처럼 하는 여행을 따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각자 즐기는 바가 다르듯 나는 좀 더 느긋한, 좀 더 소프트한 여행을 즐기고 싶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여행지의 이미지를 머리 속에 넣고, 나만의 방식으로 그곳들을 누벼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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