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폴리스맨 - 자살자들의 도시
벤 H. 윈터스 지음, 곽성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의 종말을 지키는 한 형사의 이야기 - 라스트 폴리스맨 _ 스토리매니악

 

난 은근히 디스토피아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자주 읽지는 못하지만, 가끔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는 소설을 만나면, 그 분위기에 꽤나 심취한다. 물론 그리 유쾌하지 않은 미래를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디스토피아가 풍기는 암울한 분위기의 매력이나 그 상황에서 보이는 소중한 희망 같은 것들을 보는 것이 은근히 즐겁다.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는 많지만, 이 소설 <라스트 폴리스맨>은 제목처럼 한 형사의 수사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시 한복판에 있는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한 남자가 목을 매달아 죽는다. 형사 '팔라스'는 모두가 자살로 종결 지으려는 이 사건이 마음에 걸리고, 결국 자살이 아닌 살인사건이라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한다.

 

이 소설은 두 개의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호한 한 남자의 죽음을 쫓는 팔라스의 이야기다. 곧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힐 것이라는 소식에 모두가 공황과 무기력에 빠져있는 지금, 도처에서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모두가 이 사건 또한 그런 자살의 일종이라고 보지만, 주인공만큼은 타살이라는 증거를 찾으려 노력한다.

 

타살인가, 자살인가? 곧 지구의 멸망이 올 것 같은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이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수도 있다. 거대 기업들이 문을 닫고, 사람들은 남은 6개월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직장을 떠난다. 누구도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며, 그간 해보지 못한 것들을 즐기려고 안달이다.이런 상황에서 자살로 보이는 사건을 굳이 수사하려는 의욕은 누구도 없다. 그러나, 팔라스는 이런 상황에서도 형사로서의 의무를 수행하려 하는 것이다.

 

이런 애매하고 무기력한 경계에서 팔라스는 스릴러 소설이 보여줄 법한 수사의 과정을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이 부분만을 떼어 놓고 본다면 그다지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분위기에 밀린 탓인지 수사의 과정이 느슨해 보이고 생각보다 두근거리는 맛이 없다.

 

반면에 두 번째 포인트인, 멸망을 앞 둔 지구에서 남은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그린 모습은 좋았다. 소행성 마이아의 지구 충돌, 그때까지 남은 시간 6개월, 곧 있을 정확한 충돌지점, 이 모든 것들이 소설 속의 인물들을 무기력으로 몰아 가고, 죽음을 앞 둔 사람들의 공포를 진하게 느끼게 해준다.

 

이 소설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바로 '자살'인데, 지구의 종말과 더불어 직면하게 된 개개인의 죽음이라는 설정이 묘하게 와 닿는다. 죽음의 시간을 아는 사람들은 광기에 사로잡히고, 모든 것을 놓아 버린다. 이는 도시를 점점 암울하게 물들이고, 또 이런 분위기는 전염이 되어 점점 도시를 유령도시로 만들어 가는 듯 하다. 이 과정을 그리는 작가의 섬세함이 눈에 띈다. 문명의 이기들이 자포자기한 사람들에 의해 하나 둘 기능을 잃어가고, 그 때문에 문명은 퇴보해 간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든 살아갈 것인지, 또는 그 종말 전에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생을 마감할 것인지, 어쩌면 선택을 강요 받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나는 이런 과정을 보여주는 분위기나 소설 속 인물들의 각기 다른 행동의 모습들이, 멸망한 후의 세상을 보여주는 디스토피아 소설보다 더 인상 깊었다. 과연 소설 속 도시에 내가 놓인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또는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게 될지 고민하게 된다.

 

하나는 아쉽고, 하나는 마음에 드는 소설이다. 지구의 종말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광기, 그 안에서 묵묵히 자신을 제어하며 자리를 지키는 한 사람, 음울하지만 희망이 깃든 이야기였다. 과연 지구의 종말이 닥쳐 온다면 소설 속 세상처럼 될지, 그렇게 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소설을 통해 그 답을 찾아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Go - http://blog.naver.com/storymaniac/4019743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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