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내 가여운 개미
류소영 지음 / 작가정신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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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흔적을 주으며 산다는 것의 쓸쓸함 - 개미, 내 가여운 개미 _ 스토리매니악

인생은 시간의 연속이다불행히도 시간을 붙잡은 수 없기에 늘 흘러가기만 한다그 지나간 시간의 굴곡 속에 우리는 많은 이야기들을 저장해둔다그리고잊혀질 즈음 하나 둘 그 이야기들을 꺼내 보곤 한다때론 웃음짓게 하는 때론 씁쓸한때로는 너무나 쓸쓸한 이야기들을 말이다.

 

'류소영작가는 뒤돌아 꺼내 보는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다여성남성며느리친구 등의 역할을 맡은 인물들을 통해 펼쳐지는 여덟 편의 짧은 이야기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있는혹은 누군가가 지금 생각하는시간 속에 저장된 이야기다.

 

그런데그 이야기들이 너무나 쓸쓸하다삶의 경쾌한 순간들을 끄집어내도 좋았으련만 유독 쓸쓸함을 안은 이야기들만 풀어 놓는다집 나간 시어머니를 바라보는 이야기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사돈처녀를 기억하는 이야기 같이유독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지는 이야기들이다.

 

잘 살펴보면 그 쓸쓸함의 근원은 '부재'에 있다잊혀져 가는 공간이나 시간의 부재를 이야기하는가 하면과거의 시간 속에 존재하는 인물 즉 지금은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때로는 자신이 놓쳐버린 무언가를 이야기 하기도 하는데이 모든 것들이 '부재'라는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

 

그 사라진 무언가를 돌아보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인물들의 뒷모습이 너무나 쓸쓸한 거다돌아가지 못하는 과거의 시간에 혹은 관계에 대해 인물들이 애처롭게 매달리는 것도 아닌데흘러간 순간들을 담담히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그 과정이 생각보다 큰 공허를 가져온다작은 점에서 시작된 물결의 파문이 점점 그 크기를 더해가듯부재의 울림이 말하는 사람을 떠나 큰 울림이 되어 가슴에 닿는 느낌이다.

 

작가는 무언가 세상의 정도라 일컬어지는 길에서 살짝 벗어난 인물들을 통해 그 울림을 더한다소외되어 있거나 혹은 그 존재가 희미한 사람들이 어쩌면 뚜렷하지 않은 부재의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느낌은아련함에 의해 잡힐 듯 말듯 한다누군가의 텅 빈 시선을 따라가보니 그곳 또한 잡히지 않는 공백의 기운이 응집해 있는 느낌이랄까?

 

작가가 그리고 있는 인물들은 그 쓸쓸함과 공허의 잔재들을 조금씩 주워가는 인물들이다그 흔적들이 모여 무언가 실체를 이룰 듯 하면서도 이야기의 말미에 가면 어김 없이 또 흩어지고 만다재미있는 것은 소설 속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그 과정을 우리도 다른 사건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지나간 흔적들을 주워가며 기억 속의 그곳으로 가다가 어김 없이 피식 웃게 되는그 쓸쓸함의 순간들 말이다나는 이 소설집을 읽으며 소설 속 인물들과는 다른 나만의 기억 속을 헤매고 헤맨 느낌이 들었다.

 

지나간 시간을 더듬는다는 것이 누군가는 즐거움이 더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쓸쓸함이 더할 수도 있겠다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처럼 쓸쓸함이 더 한 것이 ''인지도 모르겠다한 편 한 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주인공들의 시간에 동참하다 보면분명 자기만의 지나간 시간으로 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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