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저맨
J.P. 돈리비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전대미문의 문제아, 독특함을 엮어내다 - 진저맨 _ 스토리매니악

 

가끔 그런 소설이 있다. 의식을 혼돈 속으로 몰아 당최 무슨 내용인지 파악이 안 되는 소설, 또는 요모조모 따져보면 이 해석 저 해석이 가능하여 포커스를 맞추기가 어려운 소설 말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읽는 내내 안절부절 못하게 되고, 읽고 나서도 괜히 찜찜한 기분이 들곤 한다. 책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더부룩함이랄까?

 

세계문학사상 최고의 문제작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 책 <진저맨>, 내게 있어 그런 더부룩함을 안겨 준 소설로 분류해야 할 것 같다. 딱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이 그거였다. '정말 문제작은 문제작이다!'.

 

이 소설을 그렇게 밖에 볼 수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그 전개의 난해함이 하나다. 주인공인 '시배스천 데인저필드'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서술은 당혹스럽다. 한 사람의 여러 날을 따라다니며, 그의 행동 하나하나는 물론 그의 생각까지 모조리 쏟아내는 듯한 이야기 전개는 꽤나 이해가 어려운 편이다. 이해가 어려우니 전개가 당혹스럽고, 정리가 잘 되지 않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런 부분이 반복되며 진행이 되다 보니, 데인저필드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너무나 쉽게 이해가 된다. 물론 그가 벌이는 하나하나의 행동이 이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설정한 이 인물이 어떤 인물인가에 대해 단번에 그릴 수 있게 되고, 그가 벌이는 모든 행동들 또한 쉽게 수긍이 가는 것이다. 잘못하면 지루함의 늪에 빠질 수 있는 이야기를, 이런 인물을 보는 재미에 읽어나가게 되는 힘을 갖게 된다.

 

데인저필드라는 인물은 상스럽고 불결한 인물이다. 신성 모독은 물론 비속한 표현을 서슴지 않으며, 부인 이외에 다양한 여자들과 잠자리를 하는 등 도덕성이라는 잣대를 일찌감치 벗어난 인물이다.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하는데 공부는 하지 않고, 그렇다고 일도 하지 않으며,부인과 딸을 돌볼 생각이 없는 무책임한 인물이고, 매 시간 술을 달고 사는 알콜 중독자에 말만 했다 하면 거짓말이 튀어나오는 울트라 거짓말쟁이이기도 하다. 한 소설의 주인공으로 좋게 보려야 볼 수 없는 인물의 의식을 따라가는 것은 꽤나 고역이다.

 

그러나, 이를 또 비틀어 보면, 데인저필드라는 인물이 이런 기행을 벌이는 이유라든지 환경에 대해 돌아보게도 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불안과 허무의식,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이상이 대두되던 과도기, 이런 환경적 변화 속에서 자신을 옥죄고 있는 속박을 벗어 던지고 자유롭게 자신을 내던지는 그 시대의 한 인물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오로지 여인의 육체를 탐하는 쾌락, 섹스라는 행위에 대한 쾌락, 술과 소수의 친구들과 나누는 우정의 즐거움, 데인저필드는 이러한 쾌락만을 쫓는 사람이다. 책임과 소유 따위는 던져버리고, 쾌락만을 쫓아 휘청대는 데인저필드의 모습이 한 편으론 미친놈처럼 보이고, 다른 한 편으론 처량해 보이기도 한다.

 

이 소설은 무슨 내용인지 파악이 안 되는 소설이기도 하고, 이 해석 저 해석이 가능한 소설이기도 하다. 둘 중 하나만 갖고 있어도 난감한데,이 둘을 다 갖고 있으니 정말 대책 없는 소설이다. '어떻게도 분류할 수 없는 문학작품',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소설'이라는 평에 적극 공감이 된다내가 지금 서평에서 역접 관계를 갖는 이음씨를 써가며 같은 내용에 다른 평을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의미가 발견되고 새로운 해석이 덧붙는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는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사람마다 평이 다르고 여러 시각으로 이야기를 해설하리라 본다. 쉽지는 않지만,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소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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