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명심하거라, 잘 사는 데 필요한 건 따로 있다
신태순 지음 / RISE(떠오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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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참 고단하구나' 하고 처음 느꼈던 때가 생각난다. 진로에 대한 걱정, 직업에 대한 걱정, 돈에 대한 걱정이 무럭무럭 자라나던 그 즈음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 직업에 대해 불만을 가졌더랬다. 수입의 많고 적음, 대외적으로 보이는 위신에 대한 불만은 아니었다. 다양한 선택지의 옵션 위에서 갈팡질팡하며 머리를 쥐어 뜯던 나는, 단지 아버지의 '직업'이란 것이 아들의 선택지를 줄여주는 직업이었으면 했던거다. 간단히 풀어 얘기하면, 소위 말하는 대물림이 가능한 직업 말이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극에 달해 있고 아직 준비가 덜 되었지만 당장 사회 일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나로서는, 누군가는 '아버지의 빽(?)으로 간단히 미래를 정리할 수 있구나' 싶어 참 많이도 궁시렁 대었던 기억이 난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자신의 자녀들이 자신이 경험한 길을 따라, 자신이 경험했던 실패를 겪지 않지 않고 편안하게 미래를 밟아나갔으면 하는 마음은 누구나 있을거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직업을 자녀들에게 권유 혹은 강요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경험들을 얘기해주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도와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부모 입장에서는 누구나 이런 행동을 하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 또한,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아들에게 많이 물려주고 싶은 것 같다. 300 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에 빼곡히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자신의 경험과 조언들을 적어내고 있다. 솔직히 저자에 대해 잘 몰랐는데, 삶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부던히도 노력하여 이루어낸 사람으로 보인다. 지금은 자신만의 방식이 어느 정도 확립되고, 그 시스템에 상당한 자신감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세상이라는 곳에 발을 디뎌 맞닥뜨리게 되는 수 없는 풍파들에 아들이 직면했을 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지극히 부모스러운 심정에서 적어내려가는 글귀들이 '부모는 어쩔 수 없구먼' 이란 말풍선을 점점이 만들어낸다.

만약 내가 갈팡질팡하던 그 때에, 아버지께서 남기신 이런 이야기들을 본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소중하디 소중한 잠언을 얻은 기분일지, 팁으로 가득한 참고서를 얻은 기분일지, 족집게 강사에게 일대일 과외를 받은 기분일지, 그것도 아니면 '됐어요! 왜 아빠처럼 살아야 하는데?' 라며 거들떠도 보지 않을지 상상해 보게 된다. 아니다, 반골 기질이 강한 나로서는, 아버지의 이런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대차게 붙었을지도...

'자식, 뜻대로 되지 않는다' 고 하지 않던가. 결국은 받아들이는 자녀의 몫이다. 다만, 저자가 왜 이런 이야기를 글로써 남겨 전하려 했는지, 그 마음만큼은 충분히 전달되리라 생각한다. 충분히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녀를 둔 부모가 이 책을 읽는다면 내 자녀에게 남겨 줄 말을 더듬어 볼 수도 있겠고, 아직 자녀를 두기 전의 독자들이 읽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어떤 부모가 될지 고민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나는 자꾸, 앞서 얘기했던 '사는 게 참 고단하구나' 를 느꼈던 때가 생각나는건 왜 일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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