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얼티
스콧 버그스트롬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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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세계에 뛰어든 소녀 - 크루얼티 _ 스토리매니악


일상에서는 느끼기 힘들지만, 미디어로 조금만 눈을 돌려도 세상의 추악한 면들을 금새 알게 된다. 뉴스와 신문에 등장하는 사건들, 수많은 영화의 소재로 쓰이는 사건들, 조금만 어두운 곳으로 발걸음을 내딛으면 맞닥뜨릴 것 같은 생생한 어둠의 세계가 존재한다.


그 세계에 존재하는 추악함은 잔혹함과 맞물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공포심을 안겨 준다. 유약한 보통사람은 한 순간도 견디기 힘들 것 같은 공포심이 지배하는 세계는 어떨지 호기심이 일기도 하지만, 단지 호기심 차원에서 맛보고 싶을 뿐이지, 그 세계에 던져지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어진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상상조차 하기 싫어지는, 바로 그 지점으로 던져진다. 유약하기 짝이 없던 외교관의 자녀인 '그웬돌린',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빠를 찾아 어둡고 잔혹하고 끔찍한 세계로 뛰어든다. 아빠를 납치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에게 접근이나 할 수 있을지, 어제까지 평범한 고등학생에 불과했던 소녀가 이 의문들을 품고 악마보다 잔혹한 사람들에게로 뛰어든다.


소설의 줄기와 흐름은 일반적인 스릴러 소설의 기준을 따르고 있다.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을 해결하려 뛰어들어 생기는 갈등을 맞닥뜨리고, 그 갈등을 넘어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어리고 약했던 '그웬돌린' 이라는 소녀는 사라지고, 잔혹한 어른의 세계에 던져진 강인한 여성으로써의 '그웬돌린' 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어제까지 평범하기 그지없던 고등학생 소녀가 어느 순간 갑자기 가혹한 뒷골목의 세계로 뛰어든다는 설정이 조금 거부감이 들기는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쉬운 동네가 아닐텐데 말이다. 그러나 작가는 약간의 억지스러운 설정을, 한 캐릭터의 변모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만회하고 있다. 정통적 스릴러 소설의 꽉 짜인 스토리에서 오는 재미보다는 캐릭터 자체를 즐기게 되는 소설이다. 완성형의 스파이들이 보여주는 압도적인 모습이 아니라, 한 소녀가 두려움과 유약함과 싸우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다른 면에서 조마조마하며 보게 된다.


스릴러, 스파이 소설의 진면목을 느끼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지만, 한 소녀 캐릭터의 변신 과정을 보는 재미와, 미국, 프랑스, 독일, 체코를 돌아다니며 벌어지는 사건들의 전개가 볼 만하다. 이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단순한 목표가 확장되어가고, 소녀의 세계도 확장되어가며, 소녀가 보는 어른들의 세계도 점점 확장되어 간다. 조금씩 소설이 전해주는 이야기가 늘어갈 수록,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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