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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경영을 가꾸다 - 관찰학자 최재천의 경영 십계명
최재천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글쓰는 일이 업이 되어도 누군가가 잘 쓴 글은 늘 찾아 읽는다. 대부분 문학책이지만, 인문사회, 과학 책에서도 번뜩이는 글쓰기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많다. 문학이든 뭐든 외국 사람 글을 좋아하는 사대주의자(?)이지만 내가 참 애정하는 국내 저자를 한명 뽑으라면 최재천 교수님이다. 계속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님으로 계신줄 알았더니 언제 국립생태원 관장으로 근무하셨는지! 와... 그리곤 그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책까지 펴내셨다. 역시, 엄지척.
내가 제일 어려운게 '경영'이다. 초이기적인 성격에다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적인 판단을 내리길 좋아하는 탓에 여럿이 함께 하는 협업에는 젬병이다. 그래서 프리랜서 작가로, 과외 선생으로 오래 일했는지 모른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것도 싫고, 감투를 쓰는 건 더더욱 싫었거든. 그러다 결혼 전에 그래도 돈 좀 모아봐야겠다 싶어서 강남 국어논술 학원에서 몇년간 열심히 일을 했다. 시키는 건 또 초초초 열심히 하는 스탈이라 짧은 시간에 팀장이라는 감투를 썼네. 그리곤 고난의 연속이었다.
팀장을 달고 월급은 올랐지만 해야할 일은 더 늘어난다. 물론 그 일이 팀장이 해야하는 일은 절대 아니다. 팀원들에게 적절히 배분해서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해야하는데 내가 정말이지 매니지먼트엔 꽝이었던 것. 날 도와주는 선생님이 일을 못하면 여지없이 나무랐고, 그런일이 반복되면 내 편이었던 선생님도 남의편이 된다. 완벽하게 해내는 걸 좋아하는 나의 스타일을 다른 사람에게도 강요했던 거다. 그게 아닌거 잘 알면서도 퀄리티 떨어지는 결과물 보는게 견디기 힘들었던 거지. 아... 지금 생각해도 나 정말 재수 없는 팀장이었을 듯.
최재천 교수님의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는 대학교수이자 과학자이신 최재천 교수님이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으로 3년간 일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에세이로 묶은 책이다. 과학자 눈으로 본 경영이야기. 국립생태원을 서천의 애물단지에서 매년 백만 명이 찾는 핫 플레이스로 바꾼 이야기도 너무나 흥미롭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경영 십계명이 너무나도 와 닿는다.
1. 군림(君臨)하지 말고 군림(群臨)하라
2. 가치와 목표는 철저히 공유하되 게임을 자유롭게
3. 소통은 삶의 업보다
4. 이를 악물고 듣는다
5. 전체와 부분을 모두 살핀다
6. 결정은 신중하게, 행동은 신속하게
7. 조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치사하게
8. 누가 뭐래도 개인의 행복이 먼저다
9. 실수한 직원을 꾸짖지 않는다
10. 인사는 과학이다
나에게 다시 팀장 자리가 주어진다면 그때보다 잘 해낼 자신은 절대 없지만 네번째, 아홉번째 계명은 꼭 지켜볼 생각이다. 그때 난 저 두 가지를 해내지 못했다. 역시나 이기적인 마음이 그 이유이고,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그 이유이다. 근데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잘 해내야할 일도 아니었다. 그 학원이 내 학원도 아니고 말이지. 조직을 관리하는 건, 특히 여자들이 많은 조직을 관리하는 건 너무도 힘들다.
글쓴이는 이책에서 인간이 '호모 심비우스(공생하는 인간)'임을 강조하며 경협(경쟁하고 협력하는), 상호허겁(서로 상대를 적당히 두려워하는) 등의 생태학에서 경영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약육강식이 자연생태의 기본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거다.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고 협력을 해야 한다는 거다. 근데 난... 그러질 못했네.
인간 조직 경영의 원리 간단하다. 자연을 닮으면 되는 거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기! 곰곰히 생각해보니 부부사이도 이게 지켜지면 늘 평화로울 거 같은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