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헴 폴리스 1
강경옥 지음 / 시공사(만화)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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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헴폴리스를 처음 읽은 것은 80년대 중반쯤이었다. 당시 순정만화계에 SF는 드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더욱이 사람 사는 모습을 그린 것은 말이다.

SF라고 하면 우주선이나 스타워즈, 외계인의 침공, 에일리언 따위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만화에선 그런 것보다 사람 사는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과학문명이 발전을 해도 사람과 사람이 서로 얼굴 맞대고 살아가는 사회라면 빠질 수 없는 소박한 삶의 단면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본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과거에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총도 제대로 못 쏘는 경찰관 라인 킬트, 그리고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을 듯이 자유로운 정신을 가지고 사는 하이아 리안. 이들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고 사랑을 하고, 때로는 오해로 인해 가슴앓이도 한다.

실제로 21세기중 1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 이 작품은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20세기 말을 살던 우리가 상상했던 21세기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상상의 세계였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 사는 모습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나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이 작품은 <별빛속에>에서 보여준 작가의 저력이 좀더 자상하고 세밀하게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강경옥 작가의 작품 중 두번째로 좋아하는 작품이며 주저없이 별 다섯개를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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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들의 행방 1
이마 이치코 지음, 이은주 옮김 / 시공사(만화)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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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동성애라는 것이 무슨 끔찍한 범죄라도 되는 듯 여겨졌다.

바로 얼마전에도 모 연예인의 커밍아웃이 화제가 되어 그가 방송에서 제외되는 사태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방송국에서 모습을 보였고 그만큼 우리사회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키다리 아저씨들의 행방은 어른의 문제 못지않게 재미있었다. 읽다보면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이렇게 유쾌하게 사는구나!'하고 느낀다. 처음부터 끝까지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나 불쾌감 같은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단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무슨 죄이겠는가. 그것이 어쩌다가 같은 성을 가졌을 뿐.

그래도 동성애를 죄악시 하는 사람이 있다면 묻고싶다. 다섯명의 키다리 아저씨들이 노말이라 자처하는 이들에게 해를 끼치기라도 했는가? 오히려 당신들이 그들의 삶에 얼토당토않은 간섭을 하는 것은 아닌가? 그것은 죄가 아니라 단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형태의 한 부분일뿐이라고 본다.

물론 주위에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조금 낯설어보이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싫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실제로 싫다고 느껴보지 않았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권리이다. 그것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이 책은 그런 말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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