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DTS-ES)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흐르는 자연사랑의 정서는 그의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한마디씩 할 정도로 잘 알려진 것.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역시 변함없이 그러한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오래된 나무나 강이 생명을 얻고 신이 깃든다는 이야기는 흔히 접할 수 있는 호러물의 단골 소재이다. 하지만 여기 등장하는 하쿠나, 마치 오물신 같은 몰골을 하고 나타났던 강의 신이나 모두 호러와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생명을 빼앗긴 강, 빼앗겨가고 있는 강, 미래의 강, 현재의 강, 더 나아가 미래의 자연, 현재의 자연인 것이다. 그들에게서 생명을 빼앗은 것은 '코하쿠' 강을 없애고 맨션을 지은 인간이며, 강에 온갖 오물을 투기한 인간이며, 돼지로 형상화된 탐욕스런 인간이다 (하지만 사실 돼지는 탐욕과 거리가 멀다고 한다ㅠ.ㅠ).

그럼에도 결국 그 모든 파괴 속에서 그들을 다시 구해내야 하는 것도 인간이라는 것은 피해갈 수 없는 아이러니이다. 모든 것을 '마녀' 에 의한 강탈로 치부해버리면 편할 테지만, 그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어두운 일면이 아닐까 한다.

겉만 보느라 소중한 아이도 알아보지 못하는 유바바는 발전이라는 화려한 포장에 혹하여 미래의 터전을 짓밟고 있는 인간의 모습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파괴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하지만 그것을 다시 회복하려면 무수한 시간과 노력과 자본을 필요로 하게 된다. 최근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청계천 복원공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은 더 깊어만 간다. 잃기 전에 한번 더 생각했다면, 눈앞의 작은 이익이 아니라 멀리 미래를 내다봤다면...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지만, 일단 한 번 보고 나면 이 작품의 뛰어난 영상미에 빠져 다시 한번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 세계로 빨려들어갈 것이다.

치히로와 하쿠가 손잡고 뒤어가던 아름다운 꽃길은 마치 실사인 양 착각하게 만들고, 파도의 포말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한 바다 풍경 또한 압도적이다. 톡톡 튀는 캐릭터들 또한 환상적인 영상과 더불어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