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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요리사 74
우에야마 토치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본 만화중에 '심술통'이란 것이 생각난다. 일미씨의 생김새가 꼭 그 심술통을 닮았기 때문. 하지만 일미씨의 우락부락해 보였던 그 얼굴에서 따스한 친근감을 느끼는 것은 단지 심술통과 닮은 것 때문만은 아니다. 보면 볼수록 더 가슴을 따스하게 해주는 요소가 작품 속에 가득 스며 있기 때문이다.
이 만화는 실용서이다. 하고 많은 요리만화중에 실제 응용해서 만들어볼 수 있는 만화는 몇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만큼은 복사해서 철을 해두어도 좋을 듯하다. 가끔 재료를 구하기 어렵거나 손이 많이 가서 응용할 수 없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로 실제 만들어볼 수 있는 것들이다. 아마 그런 서민적인 면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지도 모를 일이다.
제목에서처럼 이 책에서 요리를 하는 것은 아빠! 요리를 좋아하는 숨은 프로인 아빠는 엄마를 행복하게 하고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고, 주변을 모두 행복하게 만든다. 일미씨는 단순히 한두번 생색내기 위해 '봉사'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기는 일을 가족과 함께 나누는',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이다. 그가 가진 행복파워는 읽는 사람에게까지 온기를 전한다. 항상 모든 등장인물이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이라는 것이 유치하기도 하지만, 소소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작품은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다.
어차피 인생이란 소소한 일상의 집합체 아닌가.
같은 요리만화지만 이 책은 <맛의 달인>과는 사뭇 다르다. 여기서는 거창하게 '요리'라고 하기보다는 그저 소박하게 '음식'이라고하는 편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맛의 달인이 그저 다양한 요리의 존재를 알리는 데 그치면서 그 속에 일본의 자국제일주의를 내포하고 있다면, 아빠는 요리사는 소박하게 음식 그 자체를 논하고 있다. 사상이나 주의 따위는 배제하고 그저 인간 행복의 일부인, 삶 속의 한 부분인 음식에 대해 자연스럽게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음식 먹으면서 그 속에 담긴 오묘한 뜻을 고민하는 사람이 과연 있겠는가? 역시 음식은 맛과 향과, 분위기를 즐길 뿐.
두서 없는 얘기에 끝을 맺자면... 과연 몇권까지 장수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오래오래 그 따스함을 전하는 책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