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로 충분하다 - 유연하고 충실하게, 이소은이 사는 법
이소은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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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보면 희극이다” 라는 말은 찰리채플린이 한 말이다.

‘이소은’이라는 가수가 1990년대에 있었다. 아이돌급이라기 보다는 실력으로 승부했던 여가수. 이승환이나 토이와 같은 가수와 느낌이 잘 어울렸던 가수다. 경쟁이 엄청 심한 엔터테인먼트계를 떠나 그녀는 어느샌가 공부의 길로 갔다. 고려대학교 학부를 나온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을 거쳐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은 미국 10대 로스쿨안에 들만큼 명성이 높은 학교다. 명문 로스쿨을 나오는 것도, 미국에서 주 변호사 자격증을 따는 것도 대단한 성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미국에서 관련 취업을 하는 것은 천양지차에 가까운 차이가 있다. 그 사람이 미국 사람과 동등한 수준(어쩌면 그 이상)의 영어구사능력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로스쿨 졸업 후 저자 이소은이 로펌, 국제기구에 취업하면서 좌충우돌을 거쳐 홀로서기를 하며 서바이벌 했던 10년간의 경험을 기록한 에세이다. 로펌에 출근하는 첫 날 어떤 옷을 입고가야할지부터 고민과 도전은 시작되었다.

멀리서 보면 당당하게 자기 앞가림을 하는 커리어 우먼으로서 그녀는 항상 활짝 웃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된 것 처럼 그 모습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과연 좋은 일만 있었을까? 비극까지는 아니더라도 고통과 도전적인 일들의 연속이었다. 로펌에서의 이직, 새로운 직장에서 사내정치를 극복하는 것. 사내정치는 정체되고 관료적인 조직에서는 항상 부닥치는 내부 문제인데, 국제기구에서는 그런것이 더 심한 것 같다. 그 때마다 그녀는 ˝내가 언제 이런 일을 또 해보겠어?˝ 라고 말하며 버텨냈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자신을 아끼는 방법을 알았고 성숙한 모습으로 만들어갔다. 신난하고 괴로웠고 다 던져버리고 싶었던 많은 시간을 꾹꾹 눌러가며 버텨냈다. 이 책의 첫번째 독자는 바로 그녀 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스스로 제목처럼 되뇌이지 않았을까?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





<책 속에서>

🔖 엄마가 논문을 완성하고 학위를 받았을 때 나에게 찾아온 울림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엄마의 이력서를 상상해본다. 학생이었다 전업주부였다 유학생의 아내였다 회사원이었다 교사였다 봉사자였다… 언뜻 보면 조화롭지 않은 여러 줄이 나열되어 있을 것이다. 가족을 돌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둬 경력은 때때로 단절됐고, 일의 연속성은 잃었다. 한 분야의 전문가도 아닌 들쑥날쑥한 이력들이 모여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엄마의 삶을 향한 노력은 단 한 순간도 단절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최근에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왜 그렇게 많은 일을 하며 살았어?˝

엄마는 잠시 멈춰 생각하다가 말했다.

“삶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어. 뭔가를 할 수 있으면 해야 하는 거지. 삶이란, 사는 것이잖아.˝

지금도 엄마는 한결같이 시간을 아끼고, 준비하고 행동하고, 또 기다리신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자주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죽으면 썩을 몸뚱어리, 뭣 하러 아끼나.˝

🔖 관인엄기, 수신 덕목으로 스스로를 다스리고 수양하며 타인에게는 너그럽고 인내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뜻일 것이다. 자신에게 엄격한 기준을 갖는 것은 분명히 장점이 있다.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게 되고, 안주하지 않고 열심히 살게 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자신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갖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난 이십 대와 삼십 대, 나를 몰아붙이며 악바리처럼 살았던 그 시절의 내게 요즘 들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조금 더 다독여주고 기다려줬어도, 나에게 조금 더 너그러웠어도 충분히 잘했을 텐데. 자신에게도 넉넉함을 허락해주는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이제서야 안다. 그 선이 어디인지, 알맞고 바른 정도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자신에게 엄격할 때와 너그러워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

🔖 랠프 월도 에머슨이 쓴 것으로 알려졌으나 작자 미상인 한편의 시가 있다. <성공이란 무엇인가What is Success>라는 제목의이 시에는 ‘당신 덕분에 단 하나의 생명이 조금 더 수월하게 숨을 쉴 수 있다면 당신의 삶은 성공한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격려가 필요했던 동양 여자아이, 낯선 사회에 어리둥절해하는신참 동료, 그리고 이미지와는 다르게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며한없이 불완전한 어떤 언니. 이렇게 다양한 모습의 나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준 ‘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나는 여기까지올 수 있었다. 이들은 내가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주었고, 가장간절할 때 우정을 베풀어주었고, 내 삶에서 꼭 이루고 싶은 또한 가지 소망을 심어준 존재들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한때에,혹은 평생토록 따뜻한 영향을 주는 그 한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을, 그 성공을 꼭 이루고 싶다.

🔖 요즘 들어 자주 등장하는 슬로건이 있다. “자리를 차지하고, 목소리를 내!Take up space, make some noise!” 여성, 소수인종, 사회적인 약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언젠가는 당연하게 모두 동등하게 대우받는 사회가 되길 기대하면서, 그때까지 내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크게 목소리를 내는 연습을 계속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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