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가르치는 학생의 집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아이가 숙제를 해오지 않은 탓에 한참을 잔소리를 하고, 숙제 해놓으라고 윽박지른 뒤였다. 아이는 의기소침해서 남은 숙제를 하고 있었고, 나는 그 녀석의 책장을 뒤적거리다가 얍상하게 생긴 책을 집어들었다.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사회를 뒤쫓느라 요즘은 내 자신이 허걱된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쉴새 없이 쏟아지는 책들과 연구 결과, 논문들. 그리고 인터넷에 접속하면 나를 덮쳐버릴 것 같은 많은 정보들. 학문을 시작하겠노라고, 이제부터 열심히 공부하겠노라고 결심한 새내기 대학원생의 생활은 그리 녹녹치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가벼운 질문의 제목으로 시작되는 책인데다가 스르륵 넘겨본 책장 속엔 구멍이 숭숭 뚫린 치즈 그림이 가볍게 그려져 있었다. 1시간 동안 단숨에 읽어버린 그 책은 결국 내 가슴 속에 막힌 부분을 숭숭 뚫어주고 갔다.

인상 깊었던 것은 치즈와 미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이 토론을 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과연 누구와 닮았을까. 그들의 토론은 내 자신 역시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해주었다. 나 역시 텅 빈 치즈창고에서 이제는 모두 사라져 버린 치즈의 냄새를 뒤쫓는 그런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책을 읽는 과정이 나의 가까운 지인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그리고 그 사람과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나의 치즈는 어디에 있을까? 혹시 그 치즈는 예전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그런 압박감이 나에게도 역시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설령 치즈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아보라는 말. 이 책이 나에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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