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르발 남작의 성
최제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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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제훈 작가의 소설집으로 다양한 단편들이 수록되어있는

 

퀴르발 남작의 성

 

 

퀴르발 남작의 성

 

 한성에는 동안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부부가 있습니다. 남작은 동안일 뿐만 아니라 장수를 하고 있다. 가난한 형편으로 어렵게 살아가던 르블랑 부부는 딸을 그 성에 보내기로 한다.아이가 굶지는 안을 테니까. 그 성의 주인이 아이들을 요리해서 먹는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긴 하지만...

 여러 해, 여러 장소를 넘나들며 전개되는 이야기 전개는 읽는 동안 중심이 여러번 바뀐다. 소문의 진위여부, 제작자의 의도가 담긴 것인가 등. <마이 네임 이즈 메모리>를 읽으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 전개에는 익숙해졌지만, 단순한 시공간의 이동이 아니라서 색다르게 느껴졌다. 본 의도는 흥행을 위한 (돈 벌이를 위한) 것이었지만 영화사적 의미가 있는 것처럼 해석되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셜록 홉즈의 숨겨진 사건

 

 밀실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말을 듣고 찾아간 곳에 쓰러져있는 남자는 소설 <셜록 홈즈>의 저자 코난 도일. 코난 도일이 탄생시킨 작품 속 인물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추리한다는 것이 웃겼다. 셜록이 내놓은 두 번째 추리를 읽고 있으니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한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나무 의자를 이용해서 자살을 한 사건. 

 

그녀의 매듭

 

 화연은 단짝친구 성호와 그의 여자친구를 헤어지게 만들고 싶어서 인터넷 미니홈피 검색을 통해 한 사진을 찾아낸다. 그 사진에 성호를 합성해서 둘을 떼어놓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어느 날 사진 속 여자와 성호가 사귀고 있고 그녀는 자신을 잘 알고 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현정이 왜 화연을 증오하는지 나온다. 결국에는 두 여자 사이에 불길이 솟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그 때, 나는 어떻게 했을까?"

 

그림자 박제

 

정신분열에 대해 다룬 글을 읽으니 <킬미, 힐미>가 떠올랐다. 자신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냈다고 주장하는 다른 인격들과 만든 적이 없지만 어느 새 구석에 나타난 한 녀석. 마트에서 벌인 사건은 자신의 기억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림자 박제에 대해서는 다 읽어도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마지막에 부록처럼 들어있는 우찬제 문학 평론가의 해설 부분을 보고 '아하' 한 점이 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계속 기억해낸다. 읽으면서 혹시 그의 원래 인격도 알고보면 여러 인격 중 하나가 아닐까 의심했다.

 

마녀의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고찰 - 휘뚜루마뚜루 세계사 1

 

 마녀사냥과 그 이면에 담긴 목적, 왜 마녀의 이미지가 지금과 같이 형성되었는가 등을 적었다. 리포트, 논문의 느낌을 주는 글. 제목을 읽고는 지루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블로그에 설명을 적기는 뭔가 어려운데 읽다보면 술술 넘어가는 파트.

 

마리아, 그런데 말이야

 

 마트에서 우연히 만난 수연과 성민.수연은 약혼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고 성민은 돌싱이다. 우연한 만남을 시작으로 데이트 같은 만남을 이어나간다. 약혼자가 있는데도 이렇게 만나도 되냐는 성민의 질문에 수연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이야기 거리가 넘쳐나는 사이가 아니라 수연의 직장 동료 마리아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음에 제목을 보고 어릴때 부르던 '그런데 말이야 마리야가 말이야 마리야가 몇 번 나왔게'가 떠올랐다. 물론 전혀 상관 없는 내용. 후반부에 나오는 수연의 과거를 읽고 성민과의 결말을 예상했지만 틀렸다. 성민이 마리아가 실존하지 않는 인물, 둘이 만들어낸 캐릭터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둘 사이를 더욱 의심하게 되었는 데 그게 아니었다.

 

괴물을 위한 변명

 

 <프랑켄슈타인>을 읽어보지 않았는데 스포당한 느낌이었다. 왜 프랑켄슈타인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가지게 되었는지, 실존하기는 했는지. 앞선 '마녀의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고찰'과 맞물려지는 이야기로 느껴졌다. 빙하 속에서 얼어있는 부분은 애니메이션 <둘리>를 떠올리게 했다. '이렇게 저렇게 되어서 프랑켄슈타인이 된거야'라는 서술이 아니라 '이런거 아닐까 저런거 아닐까' 식의 서술이라 좋았다. 원작자와 작가의 인터뷰 부분은 특별한 대답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확실한 대답이 되었다. 두려움의 대상은 이름 붙여지면 설명이 쉽다는 점은 읽고 나서 '아하'한 또 다른 부분이다.

 

 

 '!당신이 책장을 덮은 후'의 첫 부분에서는 작가가 '이 모든 이야기는 주인공들이 꾸며낸 또다른 이야기입니다'라고 말하는 듯 했다. 마지막까지 읽고나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첫 페이지부터 넘겨야할 것 같았다. "누군가 책을 읽으려고 하고 있어."

 마지막에 부록처럼 나와있는 해설 부분은 이 책에서 가장 딱딱한 부분이다. 해설이니 어쩔 수 없겠지? 그래도 해설을 읽고 나니 궁금했던 부분이 조금은 해소가 된 것 같다.

 작품 해석은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내 생각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부분의 한계를 돌파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최제훈 작가의 다른 작품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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