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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프가 나타났다! - 사고뭉치 랠프 1 ㅣ 푸른숲 그림책 13
잭 갠토스 글, 니콜 루벨 그림, 박수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말썽꾸러기 랠프를 보며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랠프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도 만만치 않다. 이제 거의 두 돌이 되어가는 우리 첫째와 좀 있으면 첫 돌이 되어가는 우리 둘째. 집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장난감이요. 모든 것이 궁금해서 만져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외출했다 집에 돌아와서 첫째를 손 씻으라고 화장실로 보내왔더니, 물장난하느라 옷이며 기저귀며 물에 다 젖은 것은 물론이요. 세면대며 욕조며 샤워기로 물을 한가득 채워놓지를 않나. 것도 모자라 샤워기를 화장실 바깥쪽으로도 향하게 해서 거실까지 물로 흥건하게 만들지를 않나. 외출할 때 가져갔던 것들을 정리하느라 둘째를 거실에 앉혀놨더니, 살짝 토를 해놓고는 그걸 손으로 쳐서 몸이며 옷에 잔뜩 묻혀놓지를 않나. 토를 묻힌 손으로 거실에 놓인 장난감이며 책을 만져서 더렵혀 놓고는, 휴지통 있는 곳까지 가서 휴지통을 쓰러트려 놓지를 않나. 형아가 있는 화장실까지 기어가 바닥에서 슬라이딩을 하고 있지를 않나.
잠깐 아이들끼리만 놔두면 또 아이들끼리 또 시끌시끌 일이 벌어져 있다. 둘째는 형아 있는 곳으로 가서 형아랑 같이 놀려고 형아 노는 장난감을 잡으려고 난리, 첫째는 또 동생이 오는 게 싫어서 동생 얼굴을 밀치느라 난리다. 그걸 보고 첫째한테 동생 놔두라고 하면 첫째는 속상해서 울고, 둘째는 형아한테 밀려서 울고, 우렁찬 두 아드님들의 울음소리가 온 집안을 울리게 하곤 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집에서는 그렇게 아웅다웅하면서 놀다가도, 밖에 나가면 또 첫째가 둘째를 그렇게 예뻐하는 것이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가도 동생한테 와서는 껴안고 뽀뽀하고 그러는 걸 보면 말이다. 어린이집에서도 선생님들이 첫째가 동생을 그렇게 챙기며 예뻐한다고 하시는 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다른 친구들 장난감을 뺏어다 동생한테 줬다는 이야길 들으면 더더욱.
아마도 이 책 속의 사라와 랠프의 관계가 어찌 보면 우리 첫째와 둘째의 관계와 같지 않을까 싶다. 사라에게 있어 랠프는 방해꾼이자 말썽꾸러기에, 장난꾸러기 가족. 우리 첫째에게 둘째는 자기 놀이를 방해하는 방해꾼이자, 만지면 안 되는 것을 만지는 말썽꾸러기에, 모든 걸 가지고 노려하는 장난꾸러기 같지 않을 련지. 그렇지만 사라가 랠프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처럼, 첫째에게 둘째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생인 거겠지.
이 책은 어린 동생을 둔 첫째들에게, 그리고 큰 형제나 자매를 둔 둘째들에게 들려주면 좋은 이야기책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사라와 랠프의 마음을 이해하고 형제나 자매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면, 아마도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때론 혼내기도 하고, 때론 화도 내는 엄마아빠지만, 그럼에도 엄마아빠는 가족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걸 말이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