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워야 한다, 젠장 재워야 한다 - 아이에겐 절대 읽어줄 수 없는 엄마.아빠만을 위한 그림책
애덤 맨스바크 지음, 고수미 옮김, 리카르도 코르테스 그림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태어난 지 일 년이나 된 우리 아기. 낮에는 더없이 착하기만 한 아기인데, 밤만 되면 너무나 힘겨운 아기로 변신을 한다. 일찍 재우는 것도 일이지만, 더 힘든 건 자다가 종종 깨어난다는 것. 처음엔 왜 그럴까 걱정이 되다가도 그런 일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곤 했다. 아기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아기한테 짜증내고 화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엄마인 다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일 년을 보낸 어느 날 알게 된 책 <재워야 한다, 젠장 재워야 한다>는 나에게 쌓였던 짜증을 거둬가고 작은 웃음을 안겨주었다. 우리 아기만 밤에 재우기가 힘든 것이 아니다는 걸 새삼 가슴 깊이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랄까. 아니면 가슴에만 묻어두고 쉽게 내뱉지 못한 말을 이 책이 나를 대신해 속 시원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랄까. 이성과 감성을 오가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이랄까.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시원한 쾌감이란. 책 표지에 씌여진 ‘오늘도 참다 참다 삼켜버린 그 말’을 이 책은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매일 밤 벌어지는 전쟁 같은 일들을 그려놓고 있었다.

 

어제만 해도 정말 참 힘겨운 밤을 보내야만 했다.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예방접종을 맞은 우리 아기. 예방접종을 맞은 날은 아기가 보챌 수 있다고 여기고 마음을 굳게 먹고 있었다. 헌데 웬걸 보채기는커녕, 꺄악꺄악 소리를 지르면서 거실과 방, 부엌을 오가며 밤 늦게까지 신나게 노는 것이 아닌가. 신랑과 나는 이 녀석이 우리 몰래 커피나 콜라를 마신 것은 아닌지, 병원에서 예방접종이 아니라 흥분제를 놓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예방접종을 맞으면 좀 늘어지던지, 컨디션이 안 좋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어째서 이 녀석은 평소보다 더 활발해져서는 더 신나게 놀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늦게까지 흥분한 채로 집 안을 활보하다 겨우 진정하고 잠든 우리 아기. 좀 자는 듯 싶다가 새벽에 중간중간 일어나서는 울다 우유를 마시고야 다시 잠들었다. 밤 늦게까지 신나게 놀았으니, 낮에 먹은 거는 진작에 다 소화를 다 시켜 새벽에 허기가 지는 건지 어쩐 건지. 돌이 지났으니 이제 밤중수유도 끊을 만도 한데,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 우유를 마셔야 다시 잠이 드는 우리 아기. 그럴 때마다 난 졸린 눈을 부비고, 끓어오르는 짜증과 화를 속으로 삭이면서 우는 아기를 달래 다시 잠을 재워야 했다. 도대체! 왜! 아침까지 주욱 이어서 자 줄 수는 없는 건지.

 

아기를 재우며 힘겹게 보냈던 어젯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내 눈에 다시 이 책 <재워야 한다, 젠장 재워야 한다>가 들어왔다. 나는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웃음이 났다. 다정함과 짜증을 오가는 말들이 절로 나를 웃게 만들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너무나도 다정하게 달래다가도 나중에 가서는 짜증 섞인 말로 혼을 내곤 했으니 말이다. 아기를 재우는 데는 동서양이 별반 차이가 없구나 싶었다. 그리고 아기를 키우는 엄마아빠의 고충은 다 똑같구나 싶었다.

 

이 책의 편집자가 쓴 당부의 말처럼 잠 안 자는 아이 때문에 화가 치밀 때마다 이 책을 펼쳐보라고 권하고 싶다. 밤마다 잠을 설치며 아기를 재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세상의 많은 엄마아빠들에게..

 

 

 

- 연필과 지우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