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괜찮아, 미안해 - 가슴에 가시가 박힌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목소리
김희재 지음 / 시공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절절함에 조심조심 책장을 넘겼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모두 우리 주변에 있는 이들이었다. 때론 너무 이상하다고 수군거리고, 또 때론 너무 착하다고, 바보 같다고 수군거렸던 이들. 그들은 마음에 통증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멀쩡하고 단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를 뿐인 이들이지만, 그들의 마음은 이미 이상 증세를 보이며 마음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저 단 한 마디, ‘그래 괜찮아 미안해’라는 말로 우리는 그들의 마음에 생긴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의 마지막에 저자가 남긴 말처럼 ‘적극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병은 아니지만 어떤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위한 어루만짐’을 통해서.

 

우리 주변엔 이 책에 등장한 이들처럼 ‘저 사람은 왜 저럴까?’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언제나 거기까지다. 저 사람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왜 저런 사람이 되었는지는 전혀 궁금해 하지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저 ‘저런 사람’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헤아리고 마음 속 상처까지도 보듬어주어야 한다는 것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행동만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보이지 않는 마음을 보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때론 만나게 되는 바보처럼 너무나 착한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저 착하다고만 여기고 그 사람은 무조건 다 받아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막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착한 사람도 나랑 똑같이 때때로 힘들 땐 힘들고, 귀찮을 땐 귀찮고 그렇지만 그저 참고 받아주는 것이란 걸 생각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처음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가슴 깊은 곳에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어서. 하지만 스물세 가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까지도. ‘뭐 저런 사람이 있어.’라고 여기며 이상한 사람 취급했던 사람들까지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그저 이상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그 사람의 마음에 그 사람 자신도 모르게 숨겨져 있는 상처는 무엇인지를 한번 헤아려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듯 따뜻한 커피 한잔을 권하고,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을 같이 보면서 그런 이들의 마음을 조금씩 어루만져 주는 것을 어떨지. 시간은 오래 걸릴 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조금씩 마음을 마사지 해주다 보면 언젠간 마음의 상처도 아물지 않을까.

 

나는 우리 아버지를 떠올렸다. 뭐든 필요 없다고만 하시고, 자신에게 돈 쓰는데 인색하신 아버지. 맛있는 거 사드린다고 해도, 귀찮다며 항상 집에 있는 걸로만 그냥 대충 먹자시는 아버지. 십년 넘는 양복으로 충분하다 하시고, 이십년이 다 되가는 차를 타시면서도 아직도 몇 년은 더 타야한다고 하시는 아버지를. 그러면서도 가족들을 위해선 선뜻 큰 돈을 내놓으시는 아버지, 우린 그런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한테는 아무것도 소용없다고 여기며, 뭐든 사드릴 필요 없다고 해왔다. 아버지는 좋아하시는 것이 없다고 쉽게 판단해버리고는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라고 갖고 싶은 게 왜 없으실까 싶다. 왜 아버지라도 맛있는 음식을 드시고 싶지 않으실까. 아버지라고 왜 차를 바꾸고 싶지 않으실까.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아버지의 유년시절은 가난했던 생활 이야기였다. 운동화가 없어서 육상부에 들지 못했고, 수영복이 없어서 수영장에 갈 수 없었던 이야기, 돈이 없어서 원하던 공부를 할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 그래서 자신의 자식들은 풍족하진 못해도 없이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던 말씀을 종종 하셨다. 그렇게 하기위해 자신은 여전히 없이 가난했던 유년시절처럼 지내시고자 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됐다.

 

괜찮다고 손사래 치시는 아버지를 모시고 언제 한번 맛있는 외식을 시켜드려야겠다. 그렇게 아버지의 마음을 마사지 해드리다 보면, 언젠간 우리 아버지도 맛있는 곳을 찾아다니실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시지 않을까.

 

이 책을 막 다 읽었을 땐 마음의 상처가 있는 사람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헌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책은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이들이 아니라, 그 주변인인 나 같은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상처를 알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그들의 마음을 마사지 해줄 수 있도록 말이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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