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 가지 마라 - 글로벌 인재를 위한 종합 매뉴얼
안홍석 지음 / 이콘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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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표지만큼이나 책 내용도 산뜻해보였다. 단지 책을 살짝 훑어봤을 때 간간이 보이는 여러 표들과 영어들이 날 조금 두렵게 만들었을 뿐. 책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 내가 하는 것이 있다. 책의 내용을 읽기 전에 책의 목차를 먼저 읽는 것. 목차를 본 뒤 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왜 책 내용에 표와 영어가 난무하는 지 알 수는 없었지만, 책 목차를 봤을 때 책 내용은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가졌던 두려움과 달리 책은 술술 읽혀졌다. 아니, 오히려 한 번 책을 잡은 뒤, 난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다. <어학연수 가지 마라>는 책 제목만 봤을 때는 단순히 어학연수를 굳이 갈 필요가 없다는 걸 말하려나 보다 싶었다. 영어 공부는 연수를 가지 않아도 한국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절대 그런 뻔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근시안적인 생각으로 단순히 영어를 위해 어학연수를 떠나는 이들에게 더 큰 인생의 그림을 보여주며 멀리 보는 시안을 갖으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들 그렇게 영어를 배우려는 걸까? 그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기계발을 통한 취업에 있다. 영어 실력을 키워서 좋은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고, 빠른 승진을 위해서 이기도 하고, 좋은 스펙을 만들어 더 좋은 회사에 이직을 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어학연수를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한 목표로 삼는 것이 문제다고 말한다. 어학연수는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니 말이다. 어학연수를 간다고 해서 모두가 영어 실력이 향상 된다면 작가는 절대 이 책을 내지 않았을 것이다.

 

작가가 그려 준 큰 그림에서 영어는 캐리어를 쌓기 위한 하나의 스펙일 뿐이었다. 영어를 잘 한다고 해서 나의 캐리어가 완성되는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영어를 위해서라면 어학연수를 갈 것이 아니라, 유학을 가라고 말해준다. 자유방임 형태의 어학연수를 갔을 시 많은 이들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기 힘들지만, 유학의 경우 반강제적으로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훨씬 더 높은 성공률을 거두게 되기 때문이다.

 

작가도 경험했고, 많은 이들이 경험했듯이 나 역시 어학연수를 갔다왔다. 나 나름의 계획과 목표가 있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든 나 역시 ‘영어 실력 향상’이라는 남들과 똑같은 목표를 가슴에 품고 어학연수를 떠났었다. 그것도 20대 초반의 파릇파릇한 대학생 때가 아니라, 30대 초반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던 중에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나 역시 작가와 같은 말을 할 것 같다. 어학연수 가지 말라고. 만약 그래도 가고 싶다면 난 그 돈과 시간으로 여행을 하라고 하고 싶다. 실제로 난 6개월의 어학연수와 2개월의 여행을 계획하고 갔지만, 그 반대로 지내다 오게 되었다. 2개월의 어학연수와 6개월의 여행으로 말이다.

 

무엇보다 어설픈 영어 실력을 갖고 있는 많은 이들이 어학연수를 가서 경험하는 것 중의 하나가 문법 실력과 회화 실력의 괴리감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법 실력은 어느 정도 되는데 회화가 안 되니, 내가 들어갈 수 있는 반은 기초 회화반이었다. 그것이 어찌나 싫던지 영어 공부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하나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문법은 약하지만 회화가 좀 되는 유럽이나 남미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자니, 이 또한 답답했다. 그 아이들도 단어 몇 개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내가 답답했겠지만 말이다. (물론 이 기간만 참고 잘 견디면 점점 높은 반으로 올라가 문법 실력과 회화 실력의 괴리감을 줄일 수는 있다.)

 

나 역시 경험했기에 작가의 말에 상당히 공감이 갔다. 내가 어학연수를 가기 전 이 책을 만났더라면, 어쩜 난 지금쯤 석사 학위를 달고 있지 않을까? 내가 대학생 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난 지금 한국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세대의 젊은 친구들이 전보다 더 치열한 경쟁에 놓여있다고는 하지만 한편으론 그만큼 좋은 기회들을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인 취업. 작가는 오랫동안 전문 헤드헌터로 취업전선에서 활동해왔기 때문에 취업의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기업에서 어떤 인재를 찾고 있는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취업을 원하는 이들의 고민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길 잃은 어린 양 마냥, 취업의 높은 문턱 앞에서 어학연수를 떠나는 취업 준비생들을 지켜보는 것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책 곳곳에서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한 작가의 정성이 느껴질 정도다. 책을 읽는 동안 바로 앞에서 상담을 받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 너무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들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가는 좀 더 나아가 성공적인 커리어를 준비하라고 말한다. 영어 실력은 물론이려니와 어쩌면 취업마저도 자신의 커리어를 위한 발판인 것이니까. 우물 안 개구리처럼 오로지 영어만을 위한 영어 공부를 할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영어를 도구로 사용해 나만의 커리어를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학길에 오르든 해외 취업을 준비하든지 해서 나도 멋진 글로벌 인재가 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런 걸 작가가 원한 것은 아닐 테지만, 괜히 들뜨는 내 마음을 어찌해야 할 지.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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