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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의 해피맘 프로젝트 - 초보맘 김희선의 임신 출산기
김희선 지음 / 엘컴퍼니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김희선이 임신출산에 관한 책을 냈다고 했을 때,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김희선이라는 이름만 덧붙인 책일 거라고 생각하고. 하지만 연예인이 쓴 책이지만 생각보다 내용이 알차다고들 해서 한참 후에야 한번 읽어봐야지 싶었다. 우연찮은 기회에 만나게 된 책 <김희선의 해피맘 프로젝트>. 김희선이 실제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쓴 책이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내용이 알찼다. 그리고 김희선이 아기를 생각하면서 정말 열심히 임신과 출산을 준비했다는 것을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예쁘기만 한 줄 알았던 김희선. 자신을 꾸미고 가꿀 줄만 아는 연예인인 줄 알았던 김희선은 참 예쁜 엄마이기도 했다. 서른 셋이라는 이르지 않은 나이에 엄마가 되었기 때문인지 엄마가 된다는 두려움보다는 즐거움에 푹 빠져있는 듯 했다. 임신기간 중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미모를 유지했으며, 고통스러운 입덧도 하지 않았고, 적극적인 남편의 관심 속에서 그녀는 책 제목처럼 정말 해피하기만 한 엄마처럼 보였다.
어쩜 저럴 수 있을까. 계획 임신임에도 불구하고 난 마냥 행복하기만 하지 않았다. 급작스런 몸의 변화와 그로 인한 내 생활의 변화는 날 힘들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 나에게 닥칠 일들, 내가 겪게 될 일들에 대한 두려움은 더 힘들게만 느껴졌다. 요즘처럼 불임이 많은 부부들에게 있어서는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난 그랬다. 임신의 행복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으니까.
아직까지도 난 아기보다는 강아지가 더 귀엽다. ‘부모님은 니 아기 가져봐라. 강아지랑 비교가 되나.’ 하시지만, 어쩌랴. 아직은 아기가 예쁜 걸 모르겠으니.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땐 원했던 임신이니까 그 순간은 잠깐 기뻤다. 하지만 입덧이 시작되고 몸이 변하면서 나는 내가 에어리언이 된 듯 했고, 심하게는 내 뱃속에 생명체가 있다는 것이 징그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입덧이 끝나고 변한 몸에 익숙해지면서 가끔씩 임신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릴 때도 있었다.
책 중간중간 쓰여진 김희선의 태교일기를 보면서 나는 내 아이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임신한 것을 마냥 즐기며 행복해 하는 김희선. 그녀의 글을 읽으며 그녀의 행복 바이러스가 나에게 조금씩 전해지는 듯 했다. 그러면서 내가 임신 초에 이 책을 읽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어쩜 나도 조금은 두려움을 떨쳐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따라잡고 싶은 건 김희선의 예비맘 패션 스타일이었다. 예비맘을 한없이 우울해지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가 너무나 달라진 몸매이지 않을까. 아기는 기껏 커봤자 3.2~3.5kg이지만 예비맘의 몸무게는 10~15kg이나 늘어나게 되니 우울해질 수밖에. 그것도 그냥 찌는 것이 아니라, 굴러다닐 정도로 통자루 몸매가 되어 버리니, 우울함은 극도로 심해지게 된다. 그에 따라 몸에 맞는 옷은 줄어들고, 몸에 맞더라도 영 스타일이 안 나는 아줌마 패션이 되니 우울함은 점점 더 바닥을 향해 치닫게 된다. 하지만 김희선은 몸매에 상관없이 어떻게 하면 예쁘게 입을 수 있는지 직접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이 김희선이기에 가능한 스타일일지라도 그녀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힘이 났다고나 할까. 남은 기간이나마 나도 김희선처럼 예쁜 예비맘이 되어보고 싶은 욕구가 불끈불끈해졌다.
몸과 마음이 지친 예비맘들에게 힘과 용기 그리고 희망을 주는 김희선의 책. 왠지 나도 이제는 해피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