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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사용 설명서
이병준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남편사용설명서>를 읽고, 이 책을 안 읽어볼 수 없었다. 원래는 이 책을 남편에게 읽으라고 줄 생각이었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내가 먼저 읽게 되었다. 헌데 내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약간의 아쉬움을 같게 되었다. 작가가 아내사용설명서든 남편사용설명서든 남편이나 아내 어느 한쪽만 읽지 말고 둘이 같이 읽길 바랐다고는 하지만, 남편사용설명서가 남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이었던 것에 반해 아내사용설명서는 아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이라 여겨지지 않았다.
작가가 남자다보니 아무래도 무게 중심이 남편 쪽에 더 기울어져 있어, 오히려 때때로 남편보다 아내를 위한 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게다가 남편사용설명서처럼 아내를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명쾌하고 정확하게 집어내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이 책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썼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도 싶었다. 어쩌면 여자가 썼더라도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르겠다. 여자는 남자보다 복잡한 심리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한 권의 책으로는 절대 사용설명서를 쓰지 못할지도.
그럼에도 이상하게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것이 이 책 속에 나온 아내들에 대한 공감 때문인지, 아내를 이해하려는 남편에 대한 감동 때문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난 남편사용설명서를 읽을 때는 전혀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이 책을 읽으면서는 참 여러 번 흘렸다. 나도 여자고, 아내이지만 내가 생각해도 여자들은 때때로 참 알 수 없는 복잡하고 오묘한 존재인 듯하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외롭다. 그것을 ‘실존적 공허’라고 한다. 젊을 때는 소위 행복의 조건이라고 하는 ‘부, 명예, 성공, 건강’이라는 가치 기준을 붙잡고 살아가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기준이 평준화되고 만다. 40대는 욕망이 평준화 되고, 50대는 지식이 평준화 되어 대학원졸업자나 초등학교 졸업자나 별 차이가 없다. 60대는 외모의 평준화, 70대는 성의 평준화, 80대는 부의 평준화, 90대는 생사의 평준화, 100대는 자연 속의 평준화가 된다고 한다.
평준화 되어 갈 때 빛을 발하는 것이 삶의 의미와 가치다.
- <아내사용설명서> p109 중에서 -
우리 부부도 가끔은 싸움을 한다. 그럴 땐 아주 팽팽한 의견 차이를 보이며 서로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옛날처럼 서로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대신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는데 에너지를 쏟고 있다. 내가 지금 양보하거나 화해할 마음을 품지 않는다고 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일도, 관계를 깨는 것도 아니다. 이쯤 되면 나의 아내의 관계적 성숙도가 높아서 따뜻하고 자상한 어조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아니다. 보이지 않는 싸늘함도 있고 마음에는 화도 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하는 네 마음이 어떤지 다 알아! 내가 네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어!라면서 아내의 마음을 단정 짓기도 한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점은 나와 아내의 마음을 관조하듯 바라볼 수 있는 힘, 즉 객관화하는 능력, 내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 <아내사용설명서> p147 중에서 -
아무튼 남편설명서에 이어 아내설명서를 읽으면서 나는 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마음으로 나 자신을 괴롭히던 늪에서 조금이나마 헤어나올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내 억울함, 힘겨움, 속상함 등만 생각하며, 마음을 닫으려고만 했지 열려고 하지 않았다는 걸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15년 7개월’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어느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것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되었다. 지금 남편의 노력과 마음은 인정하려하지 않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면, 나도 ‘15년 7개월’이라는 아내처럼 긴 시간을 아깝게 그리고 힘들게 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마음만 돌리면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말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환경과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마음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우리는 같은 환경과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생각과 마음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행복을 위해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다스려야하지 않을까? 남편과 아내, 서로가 행복해지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게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할 것이다. 남편과 아내가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그 노력의 첫 시작이 되어도 좋을 듯 하다.
아내 이렇게 사용하세요
1.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
2. 우울증 치료의 묘약, 분노 처리
3. 시시콜콜한 행복
4.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5. 당신은 당신의 장단에 춤을 춰
6. 후전성좌설결핍증 치료제 ‘아버지백신’
7. 프로세스를 제시하라
8. 나는 만능 엔터테이너 “까꿍”
9. No를 뒤집으면 On이 된다
10. 독수리 만들기 프로젝트
11. 죽은 아내를 살려내는 일곱 음절
12. 난, 집에서 손끝 하나 까닥 않는 황제다
13. 친정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게 하라
14. 그림자를 이해하세요
15. 부족을 인정하면 부족해 한다
16. 아내 가슴에 레코딩하라
17. 재수 있는 효자남편
18. 아내를 쓰러뜨리는 팔불출권법
19. 인간의 치명적 시험 세가지
20. 행복은 두 사람이 창조하는 삶의 예술이다
- <아내사용설명서> 중에서 -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