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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배속 살림법
조윤경 지음 / 스타일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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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에는 정말 밥 한 번 해본 적이 없었다. 세탁기를 돌려본 적도, 다리미질을 해본 적도, 청소기도 돌려본 적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결혼하고 난 뒤에는 살림이 일상인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버렸다. 아침, 점심, 저녁 매 끼니마다 밥상을 차려야하고, 매일같이 세탁기를 돌려야 하고, 두 아이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했다. 나름 대학까지 나온 여자임에도 살림은 참 어려웠다. 그러고 보니, 20년 동안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살림하는 법을 배워본 적은 없었다. 중고등학교 때 가사시간이 있기는 했지만, 밥 맛있게 하는 법이나 세탁기를 돌리는 법이나 청소를 깨끗하게 하는 법은 배우지 못한 듯 했다.

 

특히나 살림이라는 것이 누구나 하는 것이고, 어떻게든 하면 되기는 되다보니 굳이 따로 배우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간에 누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효율성에는 많은 차이가 났다. 살림도 효율적으로 하면 몸도 편하고 시간도 벌 수 있다는 것을 점점 깨닫다보니 책을 통해서라도 살림을 좀 배워보자 싶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나는 감동을 받았다. 책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살림을 신속 간편하게 하고, 남은 시간은 자신을 위해 사용하라고.

 

정리보다도 내가 취약한 부분이 요리인데, 이 책이 알려준 같은 재료를 이용한 3단계 변신 요리는 정말 유용했다. 매일 매끼 먹는 밥이다 보니, 매번 반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재료로 다른 맛이 나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여기서 알려 준 것 중 하나가 같은 재료로 샐러드, 감자조림, 카레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정말 신기했다. 감자, 당근, , 양파, 브로콜리를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니 말이다. 요리할 때 재료 손질하는 것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것 중의 하나인데, 한 번 손질해서 다양한 요리를 만든다면 요리하는데 들이는 시간을 정말 많이 줄일 수 있을 듯 했다.

 

그 다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매일매일 15분씩 청소하기였다. 사실 청소라는 것이 힘겹게 느껴지는 것이 너무 몰아서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매일 단 15분의 시간만 투자해 청소를 한다면,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도 않고 집도 훨씬 더 깨끗하게 유지가 될 것이다. 특히 화장실 청소는 사용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닦아주는 습관을 들이면 정말 좋을 듯 했다. 살림을 하면서부터 알게 된 건데, 우리가 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이 화장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일 먼저 더러워지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에 사용할 때마다 닦아주면 정말 좋을 듯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자마자 책에 나온 것처럼 화장실에 수시로 닦을 수 있는 스펀지를 아예 비치해놓았다.

 

보통 이런 책은 한번 읽으면 두 번은 잘 안 읽게 되는데 이 책은 자꾸만 다시 책장을 뒤척이게 만들었다. 그것은 이 책이 뻔 한 이야기가 아이라 정말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살림을 하다 집이 정리가 쉽게 잘 안 될 때마다 이 책을 다시 보며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듯 했다. 그리고 막 결혼해서 살림을 시작하는 초보 주부에게 결혼 선물로 주는 것도 좋지 싶고 말이다. 아무도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는 살림. 책을 통해서 세세한 부분까지 한번 배워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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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부터 말했잖아
악셀 하케 지음, 조원규 옮김, 토마스 마테우스 뮐러 그림 / 북라인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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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 같은 표지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제목을 보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은유와 의인화로 읽는 중간중간 나를 아리송하게 만들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을 때 즈음에는 책 속의 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 까칠한 아내와 아직 어린 아이가 있는 소심한 남자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나름 재미있었다. 대단해 보이는 것은 작가가 그로 분명해 보이는 책 속의 남자를 통해 자신의 소심함을 숨기려 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소심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보여주니 그것은 오히려 유머가 되어 재미있는 삶의 한 모습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와 그의 아내가 벌이는 소소한 다툼과 실랑이도 참 재미있었다.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로서 지켜보는 싸움은 언제가 되었든 참 재미있는 구경거리니까 말이다. 특히 “키노 키노”편에서 그와 아내가 벌이는 말싸움은 실제로 부부들 사이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리얼한 싸움의 한 단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칫 잘못하면 큰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부부싸움의 시초가 될 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끝냄으로써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로 만들었다.

 

우리들이 가끔씩 심각하게 벌이는 일들도 어쩌면 이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사자인 나는 너무 심각해서 괴롭고 힘든 일도 잠깐 한 발 물러서서 제삼자의 눈으로 보면, 아무리 심각한 일도 삶의 재미있는 과정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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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사용 설명서
이병준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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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남편사용설명서>를 읽고, 이 책을 안 읽어볼 수 없었다. 원래는 이 책을 남편에게 읽으라고 줄 생각이었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내가 먼저 읽게 되었다. 헌데 내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약간의 아쉬움을 같게 되었다. 작가가 아내사용설명서든 남편사용설명서든 남편이나 아내 어느 한쪽만 읽지 말고 둘이 같이 읽길 바랐다고는 하지만, 남편사용설명서가 남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이었던 것에 반해 아내사용설명서는 아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이라 여겨지지 않았다.

 

작가가 남자다보니 아무래도 무게 중심이 남편 쪽에 더 기울어져 있어, 오히려 때때로 남편보다 아내를 위한 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게다가 남편사용설명서처럼 아내를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명쾌하고 정확하게 집어내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이 책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썼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도 싶었다. 어쩌면 여자가 썼더라도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르겠다. 여자는 남자보다 복잡한 심리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한 권의 책으로는 절대 사용설명서를 쓰지 못할지도.

 

그럼에도 이상하게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것이 이 책 속에 나온 아내들에 대한 공감 때문인지, 아내를 이해하려는 남편에 대한 감동 때문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난 남편사용설명서를 읽을 때는 전혀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이 책을 읽으면서는 참 여러 번 흘렸다. 나도 여자고, 아내이지만 내가 생각해도 여자들은 때때로 참 알 수 없는 복잡하고 오묘한 존재인 듯하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외롭다. 그것을 ‘실존적 공허’라고 한다. 젊을 때는 소위 행복의 조건이라고 하는 ‘부, 명예, 성공, 건강’이라는 가치 기준을 붙잡고 살아가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기준이 평준화되고 만다. 40대는 욕망이 평준화 되고, 50대는 지식이 평준화 되어 대학원졸업자나 초등학교 졸업자나 별 차이가 없다. 60대는 외모의 평준화, 70대는 성의 평준화, 80대는 부의 평준화, 90대는 생사의 평준화, 100대는 자연 속의 평준화가 된다고 한다.

평준화 되어 갈 때 빛을 발하는 것이 삶의 의미와 가치다.

- <아내사용설명서> p109 중에서 -

우리 부부도 가끔은 싸움을 한다. 그럴 땐 아주 팽팽한 의견 차이를 보이며 서로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옛날처럼 서로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대신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는데 에너지를 쏟고 있다. 내가 지금 양보하거나 화해할 마음을 품지 않는다고 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일도, 관계를 깨는 것도 아니다. 이쯤 되면 나의 아내의 관계적 성숙도가 높아서 따뜻하고 자상한 어조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아니다. 보이지 않는 싸늘함도 있고 마음에는 화도 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하는 네 마음이 어떤지 다 알아! 내가 네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어!라면서 아내의 마음을 단정 짓기도 한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점은 나와 아내의 마음을 관조하듯 바라볼 수 있는 힘, 즉 객관화하는 능력, 내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 <아내사용설명서> p147 중에서 -

아무튼 남편설명서에 이어 아내설명서를 읽으면서 나는 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마음으로 나 자신을 괴롭히던 늪에서 조금이나마 헤어나올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내 억울함, 힘겨움, 속상함 등만 생각하며, 마음을 닫으려고만 했지 열려고 하지 않았다는 걸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15년 7개월’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어느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것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되었다. 지금 남편의 노력과 마음은 인정하려하지 않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면, 나도 ‘15년 7개월’이라는 아내처럼 긴 시간을 아깝게 그리고 힘들게 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마음만 돌리면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말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환경과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마음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우리는 같은 환경과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생각과 마음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행복을 위해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다스려야하지 않을까? 남편과 아내, 서로가 행복해지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게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할 것이다. 남편과 아내가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그 노력의 첫 시작이 되어도 좋을 듯 하다.

 

아내 이렇게 사용하세요

1.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

2. 우울증 치료의 묘약, 분노 처리

3. 시시콜콜한 행복

4.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5. 당신은 당신의 장단에 춤을 춰

6. 후전성좌설결핍증 치료제 ‘아버지백신’

7. 프로세스를 제시하라

8. 나는 만능 엔터테이너 “까꿍”

9. No를 뒤집으면 On이 된다

10. 독수리 만들기 프로젝트

11. 죽은 아내를 살려내는 일곱 음절

12. 난, 집에서 손끝 하나 까닥 않는 황제다

13. 친정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게 하라

14. 그림자를 이해하세요

15. 부족을 인정하면 부족해 한다

16. 아내 가슴에 레코딩하라

17. 재수 있는 효자남편

18. 아내를 쓰러뜨리는 팔불출권법

19. 인간의 치명적 시험 세가지

20. 행복은 두 사람이 창조하는 삶의 예술이다

- <아내사용설명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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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사용 설명서 - 개정판
이병준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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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는 제목이었다. 남편사용설명서라니. 남편을 갖게 되기 전에 남편사용설명서가 적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남편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어쩌면 이 책이 남편과 동봉되어있었더라도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가전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사용설명서는 보지도 않은 채 우선 아는 기능들을 위주로 사용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을 정도로 답답해졌을 때야 남편사용설명서를 읽었을지도.

 

아무튼 이 책을 발견한 나는 다른 가전제품들의 사용설명서처럼 복잡하다 하더라도 남편사용설명서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사용해야 될 기간이 한참 남아있는데, 장착된 기능들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 단순한 기능들만 사용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게다가 가끔씩 멈추기도 하고, 고장도 나는 남편을 제대로 잘 사용하기 위해선 말이다.

 

남편사용설명서 바로 옆에는 아내사용설명서도 있었지만, 난 아내사용설명서는 특별히 필요 없으리란 생각이 들어 눈여겨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남편사용설명서를 읽고 난 후, 남편을 위해서라도 아내사용설명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아내인 나를 바로 알고, 날 이해하고, 난 제대로 사용 할 줄 알게 된다는 것은 곧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정의 중심을 이루는 남편과 아내라는 역할을 위한 역할설명서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이 책은 말을 조금 달리하고 있지만, 남편사용설명서를 통해 아내라는 역할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아내사용설명서 역시 남편이라는 역할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있으리란 여겨진다. 결혼과 함께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누군가의 남편이 되지만, 정작 그 역할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본인 자신도 잘 모른다. 그저 몸으로 마음으로 부딪히며 알아갈 뿐.

 

남편, 이렇게 사용하세요

1. 남편, 내 편 만들기

2. 무기를 확인하라

3. 연료를 가득 채운 뒤 가동시키자

4. 나는야 ‘흡입’한다

5. 내가 만드는 국경일, ‘남편의 날’

6. 따뜻한 가슴으로 말문 열기

7. 호모 루덴스 - ‘유희하는 인간’

8. 뻥도 현실로 만드는 마이더스의 손

9. 나는 살려내는 전문가 - ‘살림이스트’

10. 20:80의 법칙

11. 엄마의 따뜻한 젖가슴

12. 유머를 가진 스토리텔러

13. 통과의례

14. ‘여자’라는 마스터 키

15. 마음의 소리를 듣는 동시통역사

- <남편사용설명서> 중에서 -

어느 날 문득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처럼 마음처럼 잘 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 때! 아내분들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가전제품을 사용하다가 새로운 기능을 사용해보고 싶을 때 사용설명서를 훑어보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기능을 발견하듯, 이 책을 보다 남편에게 내재되어 있는 멋진 기능을 찾게 될 지도 모르니 말이다. 나도 이 책을 보며 내가 남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남편이 갖고 있는 기능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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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색칠하기 어른을 위한 동화 15
한승원 동화, 신민재 그림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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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주 색칠하기>라는 제목이 너무 예뻤다. 어떤 내용일까 상상하며 혼자 잔뜩 기대를 했다. 이 책은 별공주의 여행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별공주는 알록달록 다양한 색으로 꾸며진 한국의 여러 섬을 다니며 소중한 가르침을 얻었다. 그리고 그 여행은 별공주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배우자에 대한 고민도 말끔히 해결해주었다.

 

꼬리별왕자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그가 뿜어내는 빛이 너무 강해 그와 같이 있다 보면 그녀는 아프곤 했다. 반면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어둠나라왕자는 자신을 너무 사랑해주지만 그녀와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다. 이 두 왕자 사이에서 자신의 진정한 배우자를 고르기 위해 고민하던 별공주. 그녀는 꼬리별왕자의 빛과 어둠나라왕자의 어둠을 모두 받아들이고, 그 둘을 모두 자신의 배우자로 받아들였다.

 

처음엔 나는 별공주의 선택을 보고, ‘이게 뭐야’ 싶었다. 어느 한 명이 아닌 그 둘을 모두 선택한 별공주가 너무 이기적이고 욕심쟁이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참 뒤 별공주가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빛과 어둠이 둘이 아니라 하나이듯, 꼬리별왕자와 어둠나라왕자 역시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그것은 하느님의 꾸짖음이었어요. ‘너 이놈 거북아. 너는 네가 저지른 실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은 가장 큰 사랑이다. 자기의 실수에 대하여 책임지지 않는 것은 우주 질서에 대한 가장 큰 배반이고 거역이다.’ 아, 책임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하느님의 말을 들은 거북은 집을 짓고 사는 가족들을 책임지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를 희생해야만 했습니다.

- <우주 색칠하기> p16 중에서 -

이 섬은 ‘이별섬’입니다. 하늘나라 임금님은 그대들이 이 섬에 오면 단단히 충고를 하라고 저에게 지시했습니다. 첫째, 진짜 사랑은 이웃 사람들의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사랑하되 자기의 참된 삶과 꿈을 망각하지 말 것입니다. 셋째는, 서로의 삶과 꿈을 존중해주고, 둘이 다 똑같이 자기의 꿈꾸는 바를 성취하지 않으면 둘의 사랑은 조화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느 한쪽이 자기보다 더 빛난다고 여겨지는 다른 한쪽의 삶과 꿈의 성취를 위해 자신의 삶과 꿈을 접어둔다면 한쪽이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열흘이나 한 달쯤 서로 떨어진 채 자기의 삶과 꿈을 위해 치열하게 살고 나서, 속에 보석 같은 것을 보듬은 채 다시 만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 <우주 색칠하기> p21 중에서 -

“상대의 삶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오직 자기의 삶만 옳고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육체와 영혼이 어린아이처럼 왜소해지고, 상대의 삶을 인정하고 상대와 어우러져 살려고 하는 사람은 그 육체와 영혼이 코끼리나 물소처럼 거대해집니다.”

- <우주 색칠하기> p98 중에서 -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 통증과 부담을 감내하면서 아기를 낳아 키우려 하는 암컷은 하나도 없을 터이고, 모든 암컷들은 종족 번식을 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여자들의 감각은 질처럼 예민하지만, 어머니들의 감각은 자기 뱃속의 자궁처럼 둔한 데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들은 자기가 키우는 아들딸로 말미암아 아무리 혹독한 아픈 일을 당해도 절대로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은 채 감내하면서 그들을 키우고, 한 사람의 주부로서 그 집안 살림을 이루어내곤 하는 것입니다.”

밖으로 나와서 별공주를 떠나보내면서 우렁이각시가 말했습니다.

“별공주님, 위대한 어떤 것을 생산해내거나 어떤 큰일인가를 이루어내려는 사람은 자궁의 우둔함을 배워야 합니다.”

- <우주 색칠하기> p113 중에서 -

“그대들은 왜 모르십니까? 빛과 어둠은 서로를 소멸시키는 관계가 아니고 서로를 도와주고 북돋워주는 관계라는 것을..... 제가 그동안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을 순례하면서 얻은 보석 같은 생각은 바로 이것입니다. 빛과 어둠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것. 동전의 양면처럼 한쪽은 어둠이고 다른 한쪽은 빛입니다. 세상의 모든 원리는 둘이 아니고 하나입니다.... 꼬리별나라 왕자와 어둠나라 왕자는 두 몸뚱이이지만 사실은 한 몸뚱이어야 하고, 저는 그대 두 왕자를 함께 남편으로 모시고 살아야 합니다. 저에게는 빛도 어둠도 다 필요합니다.

- <우주 색칠하기> p136중에서 -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결혼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결혼 역시 언제나 행복하기만 하지도 언제나 불행하기만 하지 않고, 내가 선택한 배우자가 때론 환한 빛으로 때론 짙은 어둠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행복도 불행도 빛과 어둠처럼 둘이 아닌 하나라는 것을. 그것이 바로 결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자 이 책의 내용 하나하나가 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여러 이야기들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보게 되자, 이야기들은 나에게 전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달음을 가져다주었다.

 

사랑에 대한 책임이라든지, 이별을 통해 깨닫는 소중함, 상대의 삶에 대한 인정, 아픔을 감내할 수 있는 우둔함, 빛과 어둠의 하나 됨... 모두 지혜로운 결혼 생활을 위한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처음엔 그저 좋은 이야기라고만 여겼던 이야기 속에서 다시 찾게 되는 결혼에 대한 깊이 있는 의미. 이는 나에게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좋은 지침이 되었다. 결혼은 행복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어둠에 해당하는 불행까지도 감싸고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세상의 원리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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