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 시골의사 박경철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이 저자의 첫 번째 책인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감흥이 그리 크지 않았었다. 흔히들 그렇듯 전작만한 후속편은 없다고 하듯이. 오히려 전작이 더 좋았다는 느낌이 더 컸다. 하지만 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 나름의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우리 이웃들의 일상 그 자체다. 고단하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착한 인생’. 세속적 기준의 성취를 이룬 분도 없고, 오히려 그보다 못한 분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삶을 한순간도 허투루 여기지 않는 그분들의 삶에서 나는 언제나 인생을 배운다.

 

-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중에서 -

 

 

예방주사를 맞을 때 빼곤 병원문턱을 넘어보지 않고 자란 나에게는 병이란 나하곤 큰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각종 보험을 들어놓기는 했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던 차였다. 그래서 최근 흔하다고 하는 실보험 조차 보험료가 아깝게 느껴질 정도다. 물론 노년을 생각해서 들긴 들어야하겠지만. ^^; 이런 나에게 병원 이야기는 딴 세상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시골의사를 통해 전해들은 병원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들은 참 안타까웠다. 이들에게 필요한 물질은 부익부 빈익빈이 것만, 왜 다른 것도 아닌 병에 있어서만 부익빈 빅인부인 것인지. 가난하기에 병은 더 쉽게 찾아왔고, 가난하기에 작은 병조차 크게 키워야 했다. 그리고 병이 지나간 자리엔 더 깊은 가난만이 남겨져 있었다. 그래도 이들은 누구보다 큰 희망과 큰 사랑으로 병과 맞섰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이들이기에 작은 행복조차 이들에겐 누구보다 크게 느꼈다. 그리고 감사했다. 아직은 남겨진 생에 감사하고, 아직은 가족과 같이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이들을 보며 나는 감사할 것이 많다는 것에 감사해야했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 감사한 건 건강이었다. 어느 한곳 아픈 곳 없이 지금껏 살고 있는 것에 감사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열심히 지켜야할 것이 건강이라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건강이 없고는 나의 다른 삶도 없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무엇이든 잃고서야 깨닫는 우리지만, 건강만큼은 한번 잃으면 전과 같이 되돌릴 수 없음을 꼭 기억해야겠다. 또한 나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나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가족을 위한 것임 또한 말이다.

 

 

나는 늘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난다. 내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상, 그가 누구든 무엇을 하는 사람이든 얼마를 가졌든, 걱정거리를 털어놓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나는 그분들에게 행복과 불행을 전하는 전령사가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직업에 대해 늘 불만이다. 의사는 아무리 잘해야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뿐, 절대로 더 나은 삶에 기여할 수 없다. 건강하던 사람이 건강을 되찾으면 그것은 원래로의 복귀일 뿐이다. 그리고 그는 일순간의 고민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못하는 때가 있다. 시시각각 불행이 닥쳐오는 소중한 생명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에게 최고의 행복은 의사를 대면할 일이 없는 것, 바로 그것일지 모른다.

 

-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중에서 -

 

 

시골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공감을 했다. 예전에는 의사를 최고의 직업으로 쳐줬지만, 나에게 있어서 의사란 최고의 직업은 아니었다. 의사란 보람 있는 직업이고 특별한 기술을 익혀야 할 수 있는 직업이기는 하지만, 항상 아픈 사람을 돌보는 직업이기에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리가 무언가를 직업으로 가지면 하루의 삼분의 이는 그 직업을 위해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하루 종일 아픈 사람만 본다면 어디 즐거울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나의 자식은 의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죄를 저지른 이들을 대하는 경찰도, 변호사나 검사, 판사도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고 있어야 하는 직업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리고 내 자식은 그런 것을 업으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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