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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라신전 | 기독교(基督敎)란 크리스트(Christ=기독) 예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성립한 종교다. 크리스트의 정신(Christianism)은 구약성서를 바탕으로 하는 유대교의 헤브라이즘에서 출발하지만, 그 안에 머물지 않았다. 유대교는 우주를 창조한 신이 자기 민족만을 선택하였다는 폐쇄성을 갖는 반면, 기독교는 유대교의 폐쇄성을 넘어 인류 전체의 구원을 지향하는 보편적 지평에서 성립했다.
기독교의 창시자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죽고 난 후에, 기독교는 헤브라이즘의 울타리 안에서 죽지 않고 살아나 바깥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바울의 노력으로 예수의 가르침은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헬레니즘의 세계와 라틴어를 사용하는 로마제국으로 전파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기독교의 지리적 확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리스 세계로 들어온 기독교는 헤브라이즘적인 색채와 성격을 잃어가며 점점 헬레니즘적인, 그래서 유럽적이고 서구적인 종교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헤브라이즘의 헬레니즘화(化), 아니면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의 퓨전 - 이것이 기독교의 운명이었다.
신(神)이 없는 종교라고 할 수 있는 불교와 유교의 사유방식을 알아야 동양의 문화와 사상을 깊이 이해할 수 있듯이, 신으로 충만한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의 퓨전이라 할 수 있는 기독교에 대한 깊은 이해는 서구 사유의 본질에 접근해 가는 중요한 지름길이 된다.
나아가 이미 많은 부분에서 서구화되어 버린 우리의 현재 모습과 정체성을 환히 밝혀낼 수 있는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헌/서울대 협동과정 서양고전학과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