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동안의 겨울 소풍. 요즘 나는 계속 좀 화가 나있었던 것 같다. 이럴 때는 같이 화가 나있는 친구들과 꽁꽁 언 강가를 거닐고, 맛있는 것- 도토리 메밀 전병 도토리 국수 도토리 묵밥-도 먹고, 인간따위보다 이 지구에 훨씬 이로울 게 분명한 개들과 놀고, 친구집에서 주전부리 계속 주워먹으며 오후부터 밤까지 하루로는 모자랄 이야기들을 시간을 꽉꽉 채워 나누고, 역으로 가는 길에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순대국을 한그릇씩 먹고 헤어지는, 짧은 온천여행 같은 하루가 최고.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은 시간보다 미투와 미투를 비롯한 여성이슈와 관련한 일들, 거기서 파생되는 많은 생각들과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 나눈 시간이 훨씬 많았지만, 그건 언젠가부터 이 후진 땅에서 이 시간들을 오래전부터 통과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올타임 근황이기도 하니까. 1년 반만에 만난 산쵸는 그새 눈빛이 깊어졌다. 새삼 산초야 너도 같이 나이 먹어가는구나 싶어 조금 찡했다. 그에 비하면 탄이는 개구진 꼬맹이 티가 나는 엄청 힘좋은 리트리버ㅋㅋ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싸워나가며 사는 친구들, 부러울 정도로 단단한 친구들을 만나고 오면 내 사고와 행동에서 단단하지 못하고 말랑한 부분들이 무엇인지가 잘 보인다. 반성과 숙제들과 돌아서는 순간부터 시작된 그리움을 안고 서울에 도착하니 눈보라가 치고 있었다. 겨울소풍다운 하루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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