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사가 전혀 없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거의 없는 편인데, 몇 가지 작은 버릇들은 있다. 가장 자주 하는 건 편의점이나 슈퍼에 들러서 꼭 쓸데없는 걸 하나씩 사들고 나온다. 이를테면 붓펜 같은 거.

가끔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는데(나는 소문난 음치라서 노래 부르는 걸 즐기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는 흥얼거리는 일이 거의 없다), 이상하게도 늘 그 옛날 드라마 <손자병법> 주제가를 흥얼댄다. 딱히 이 노래를 좋아하거나 이 드라마를 좋아했던 건 아니었는데, 아마 초등학교 들어가기도 전인 꼬꼬마였을 때 텔레비전에서 자주 들었던 이 노래가 뇌리에 인상적으로 남았나보다. 그래서 술이 많이 취하면, 무슨 회사 회식자리에서 술 잔뜩 먹고 어깨 축 쳐져서 쓸쓸히 집에 돌아가는 중인 만년과장인거마냥 혼자서 “너를 품고 달려가는 외로운 길에~ 그대의 긴 그림자 눈에 어린다~ 끝없는 도전 속에~ 피고지는 청춘 속에 내일을 건다~ 아아~ 손자병법~ 손자병법~”을 무한반복으로 부르면서 집에 온다.

지난주에는 이 두 가지 버릇이 동시에 발현돼서 <손자병법>을 흥얼대며 집으로 걸어오다가 슈퍼에 들러 약과를 세 개 샀고, 집에 돌아와서는 “약과니까 약통에 넣어야한다”며 비상약통 뚜껑을 열고 기어이 그 안에 약과들을 넣었다. 그래놓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반창고를 찾으려고 약통을 열었다가 약과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기억이 났다는 그런 이야기. 아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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