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끝나고 11시나 돼서 집에 들어왔더니 봉이가 그 어느 때보다 짓궂은 표정으로 넌 괴랄의 끝판왕이자 아무말대잔치였던 평창 올림픽 개막식을 꼭 봐야만 한다며 거의 반강제로 개막식을 시청하게 만들었는데, 아오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빵빵 터지면서 봤다. 저 못생긴 미감과, 알맹이 없는 내용에 온갖 곳에서 다 끌어다붙인 공허한 기표들의 대잔치를 IT기술력과 진정성(!)과 신파적 뽕(이를테면 아이들을 전면으로 내세운다거나)으로 그럴듯해보이게 발라버린 너무나 한국적인 이벤트 어쩔거야ㅋㅋㅋㅋㅋ 진짜 무맥락탈미학테크니컬키치의 한국적 정체성의 요약판이자, 한국 기업 간부들이 사원들 PPT에 요구하는 난감하고 괴랄한 미학정 정서의 스팩터클 버전이었다. 그래도 반딧불이 하늘로 올라가면서 천상열차지도를 만들어내던 장면과 드론 오륜기와 김연아로 마무리 지은 성화릴레이 전체는 다 멋졌다. 근데 진짜 봉이 지적대로 강원도의 다섯 아이들이 자라서 너무나 당연히 모두 도시로 떠나는 것까지 한국적으로 웃프고ㅋㅋㅋㅋㅠㅠㅠ 낯뜨겁다가도 중간중간 멋진 씬 하나씩 넣어줘서 까기도 애매하게 만든 것도 너무 한국적으로 웃프고. 다시 봉이의 표현을 빌면, "야 진짜 선진 기술과 후진 마인드의 이토록 완벽한 결합"이자 "한국을 잘 표현하고 싶어서 열심히 만들었을 뿐인데 한국을 메타적으로 표현하는 것까지 성취"한 개막식이었다. 하지만 개막식이 큰 웃음을 선사한 것과 별개로(아마 외국 반응과 어르신들 반응은 꽤 좋을 것이다), 엄청나게 엉망진창인 상태로 전정부에서 넘겨받았을 텐데 짧은 시간 안에 저기까지 해내느라 고생했다. 물론 현정부 고생도 있겠지만, 저기 동원돼서 가성비 맞추느라 말도 안 되는 돈 받으면서 열심히 준비해야했던 개개인들의 노고에 박수를. 친구 동생만해도 추위에 얇은 옷 입고 춤추느라, 평창 왔다갔다하느라 온갖 고생을 다했는데 계속 생각나더라. 개인들 쥐어짜서 휘황한 쇼 만들어내는 방식도 너무 한국적이고, 가리왕산 엎어버린 것도 너무 한국적인데 한국에서 준비하는 이벤트가 한국집약적인 건 너무 당연하지 뭐.. 어쨌거나 시작된 올림픽, 꼭 선전하기를. (근데 그 인면조 녀석, 참 자꾸 보고 싶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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