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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토 - 위대한 지도자의 초상
재스퍼 리들리 지음, 유경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혁명을 요구하는 시대에 태어나 그 숙명대로 살아온 인생.. 이상에의 동경보다 필요악이라는 현실적인 감각으로 "통치"를 수행한 인물.. 그가 없는 유고슬라비아는 결국 지도상에서 사라지고, 그 역사의 원한을 여과없이 표출하는 발칸의 어두운 그늘은 단지 그에 대한 그리움으로 회귀되는 것일까.. 그 "회귀"가 갖는 퇴보의 진실은? 항상 과거에 대한 향수를 떠올릴때, 우리는 박정희라는 인물을 생각한다... 그때는 이렇지 않았다고..
분열된 연방의 틈을 메우기 위하여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억압과 폭력이 아니라 자치와 자유를 조금씩 허용하면서 그 균열을 막으려 하였지만 체제의 위기 앞에서는 주저함이 없는 폭압의 선택으로 기울고 있는 것을 보면서 역사에 있어 이상향의 국가와 사회란 부질없는 꿈일 수 밖에 없는가라는 물음을 갖게 된다.. 과연 이상향의 사회는 무엇일까.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현실적인 정치 앞에서 민주주의란 어떤 의미일까. 교과서적인 해석이 아니라 현실 정치에 있어 회의적인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는 건 왜일까..
그가 있기에 유고연방이 있었으며, 그가 없기에 분열과 학살이 난무하는 발칸의 피비린내나는 전장을 떠올린다는 것은 그의 지도력을 연구하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대적 상황과 현재의 모습에서 내가 살고 있는 "사회"라는 공간의 흔들림과 절대선과 원칙에의 회의만이 들 뿐이다..
쉽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라 빨리 읽지만 마음은 계속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이 책은 또다른 모습의 분열이 판치는 이 나라의 보이지 않는 미래만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