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구하라! 괴짜 박사 프록토르 5
요 네스뵈 지음, 페르 뒤브비그 그림, 장미란 옮김 / 사계절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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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구하라!』를 쓴 요 네스뵈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태어났다. 그는는 노르웨이의 국민 작가이자 유럽 최고의 범죄 소설 작가 중 한 명이다. ‘괴짜 박사 프록토르’ 시리즈는 작가가 딸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딸은 아빠에게 ‘이야기 속에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나와야 하고, 남자아이는 여자이이보다 키와 몸이 작아야 한다’고 했다.


『크리스마스를 구하라!』의 그림은 어린이 책 그림 작가로 유명한 노르웨이 화가 페르 뒤브비그가 그렸다.


크리스마스이브 5일 전, 노르웨이 오슬로 카논 거리에 눈이 수북이 내리고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고 있는 저녁, 국왕이 크리스마스를 트라네 씨에게 팔았다는 긴급 뉴스가 발표된다. 트라네 씨는 지금 이 순간부터 트라네 백화점에서 만 크로네(약 130만원) 어치의 선물을 구입한 사람들만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캐럴, 그리스마스 쿠키, 호랑가시나무 가지,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 크리스마스 예배,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는 것 등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것은 전부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체포되어 감옥에 갇힐 것이라 한다.


“크리스마스는 최고의 휴일이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거잖아요.” (p.37)


크리스마스를 구하기 위해 리세와 불레는 프록토르 박사와 함께 국왕을 찾아가 트라네 씨가 국왕을 속인 것을 밝히지만 국왕은 이들을 쫓아낸다.


“산타라는 직업의 가장 나쁜 점이 뭔지 아니? 내가 사라져도 아무도 모른다는 거야. 물론 가진 것이 많지 않은 사람들, 내가 전해 준 작은 선물들을 간직하고 고마워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크리스마스는 조금 암울해졌지. 그래도 시간이 흐르니까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선물을 주고받기 시작했지. 내가 가져다주던 선물보다 더 크고 비싼 것으로. 바로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나란 존재의 유효 기간은 끝났구나. 이젠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구나.” (p.112)


리세와 불레와 프록토르 박사는 25년 전 산타클로스를 그만두고 ‘외로운 묘비 술집’에서 죽치고 있는 스타니슬라프에게 크리스마스를 구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지만 거절당한다.


“우리가 가엾은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면 어떨까요? 그날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만한 걸로요.” (p.59)


리세는 불레와 프록토르 박사에게 산타클로스가 되어 만 크로네 어치 물건을 살 수 없는 사람들 모두에게 선물을 주자고 한다. 크리스마스이브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2일. 리세와 불레와 프록토르 박사는 크리스마스 아침까지 선물을 배달할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 휴일은 어떻게 될까?


작가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촘촘히 엮어 『크리스마스를 구하라!』를 구성이 탄탄한 이야기로 만들었다. 범죄 소설 작가답게 사소해 보이는 이야기들이 크리스마스를 구하는 중요한 단서로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다만, 어린이들이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가득한데도 『크리스마스를 구하라!』는 많은 설정들이 진부하다. 그래서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과 발명품들이 요란하게 느껴지고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문뜩문뜩 지루하다. 이를테면 연인인 프록토르 박사가 유레카를 외칠만한 발명을 하는 사이 프랑스에서 온 멋쟁이 줄리엣은 등장하는 내내 부엌에서 쌀죽을 끓이며 가사노동을 한다. 여자아이 리세는 카논거리에서 가장 착하고 똑똑하며 사령관 같이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설거지를 돕고 곤경에 빠진 친구를 돕는 조력자 역할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왜 리세에게는 산타 설매를 운전하여 하늘을 날아오를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불레가 ‘시간 여행으로 1922년 파리의 물랭루주로 돌아가 캉캉 무용수들의 공연을 보는’ 것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원할 때, 왜 리세는 자신을 위한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원하는 대신 가엾은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지내기를 소망할까? 여자아이도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선물을 원할 수 있고, 개인적인 소원을 가진다고 해서 착한 아이가 아닌 것도 아닌데. 세계 평화나 봉사나 타인의 행복 같은 남자아이라면 크리스마스 선물로 거들떠보지도 않을 공동체를 위한 소원 말고 말이다.


리세가 『크리스마스를 구하라!』에 가득 펼쳐지는 신나고 재미있는 모험을 누리지 못하고 착한 아이 역할만 해야 하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려니 안타깝다. 아무튼 2021년 12월 25일이 평일이 아니고 토요일인 것은 아쉽다. 최고의 휴일이 아니더라도 공휴일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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