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시스터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9
김혜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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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와 주나는 자매지만 외모도 성격도 취향도 다르다. 언니 이나는 고등학교 1학년이다. 평온하고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나 속으로는 자신의 미래가 불안하고 걱정이 많은 성격이다. 키우던 거북이가 죽은 일을 자책하며 불면에 시달린다. 열다섯 살 주나는 하고 싶은 말은 다해야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코앞에 닥쳐야 일을 한다. 주나는 어릴 때 심장 수술을 받았지만 지금은 안 아프다.

늘 붙어 있고 항상 함께 무언가를 했던 이나와 주나는 작년부터 서로 서먹해져서 사이가 멀어졌다. 이나는 주나를 피하고 주나는 이나의 눈치를 보지만 이유를 묻지 못한다. 이나와 주나가 여름방학을 앞두고 엄마는 치앙마이로 아빠는 베를린으로 한 달 동안 떠나게 된다. 주나가 베를린을 골라서 이나는 엄마와 치앙마이로 간다. 주나는 베를린에 온 지 5일째 되는 날 헤어진 남자친구 이서준과 제일 친한 친구 라임이 사귀는 것을 알게 되고 화난 마음을 어쩌지 못해 언니 이나에게 메일을 보낸다. 이렇게 시작된 메일로 자매는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리고 두세 줄로 끝나던 메일은 어느새 서로에게 하지 못 했던 긴 이야기가 된다.

중간중간 끼어드는 메일 메시지의 분량과 내용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또 그에 따라 자매의 마음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느껴보는 재미가 있다.


“고등학생에게 취미 미술은 사치죠.”

이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여기 있는 동안 학원을 다니지 못해 걱정인데. 취미라니, 욕심이다.

“인생을 항상 절약하며 살 필요는 없잖아요. 아껴서 뭐 하게요.”

(…)

“아끼면 똥 된대요.”

p.51


역사는 이미 지난 과거가 아니라 그 시간들이 현재 차곡차곡 쌓여 있다고 생각하니 주나는 뭔가 좀 뭉클했다. 주나의 삶이 좀 특별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주나의 이번 여름방학도 그렇겠지? 한국에 돌아가서 언젠가 주나는 베를린을 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의 경험이 주나의 삶 속에 쌓여 있겠지. 주나는 그 시간 위에서 또 살아갈 거다.

p.157


“이모가 살아 보니까 잘하는 거 없어도 인생 사는 데 아무 문제 없더라. 그런데 좋아하는 게 없다? 그건 진짜 문제야.”

이모는 결국 삶을 지켜 주는 건 좋아하는 무언가라고 했다. 좋아하는 게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살아 낼 수 있다며 말이다. 

p.180


『디어 시스터』에는 이나와 주나가 서로에 대해 알지 못 했던 것을 알아가며 고민과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이 치앙마이와 베를린의 생활담에 녹아있다.


두 도시가 그리워 이 글을 쓰게 되었기에 이번 소설은 인물이나 사건보다 배경이 먼저 시작됐다.

p.72


브란덴부르크 근처에 낮은 비석들이 죽 늘어선 장소가 있었다. 축구장 두 개 크기 공간에 2000개가 넘는 비석이 있는 것을 보고 주나는 적잖이 놀랐다. 도심 한복판에 자기들의 잘못을 알리는 공간을 설치했다니. 홀로코스트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유대인 대학살을 저지른 것을 말한다.

p.156


주나는 천천히 베를린 장벽을 더 둘러보았다. 언젠가 주나도 한국에서 장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지금 빈센트는 북한에 가서 평양냉면을 먹을 수 있지만, 주나는 진짜 평양냉면을 먹지 못한다.

p.157


식민 경험이 없는 태국의 치앙마이와 제국주의 전범국가인 독일의 베를린과 일본의 식민피해와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분단국가가 된 대한민국의 서로 다른 역사가 『디어 시스터』의 특별한 배경이 된다.


2차 세계대전으로 현재 대한민국 전체인구만큼이 사망했고 그 중 민간인 사망이 67%였다는데 독일이 반성하는 것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일까 세계대전으로 민간인이 사망한 것일까 문득 궁금하다. 독일이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전범국가로서의 반성으로 오해하는 것은 아닐까?


『디어 시스터』는 주인공 자매 이나와 두나가 고민하고 성장하는 이야기지만 태국의 치앙마이와 독일의 베를린 여행기로 읽어도 흥미롭다. 읽다보니 땡모반과 커리부스트와 평양냉면이 먹고 싶어진다.


김혜정 작가의 전작 『헌터걸』이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판타지물이었다면 『디어 시스터』는 현실 이야기를 다루는 청소년물이다. 작가는 상상 속 이야기도 현실에 바탕한 이야기도 맛깔스럽게 써낸다. 『헌터걸』에 대한 기대로 손에 든 책이었다. 뜻밖에도 선명한 사실적 스토리에 작가가 다룰 수 있는 소재의 넓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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