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책 모임 잘하는 법 - 운영자와 참여자를 위한 비대면 모임 노하우
김민영 외 지음 / 북바이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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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모임을 했던 때가 언제인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지난 겨울이었던가 아니 그 전 가을이었던가. 낭독 모임과 토론 모임 모두 온라인으로 전황된지 한참이다. '온라인'이라는 이물감에 집중하지 못하던 때가 있었던가 싶다. 비대면이라는 방식에 거부감마저 표하며 마지못해 할 수 없이 '당분간만'이라며 진행하던 모임이 이젠 기본값이 된 것같다. 온라인의 이점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길에 버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따로 외출을 위한 준비의 시간을 내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 장점들이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책을 위한 모드로 전환하는 단계를 생략하면서 잡념을 없애로 읽는 몸으로 예열되기까지 모임 초반의 상당 시간을 허비하는 건 아닐까. 마음의 준비없이 집에서 접속하는 동안 집안일과 읽기 사이 어딘가에서 집중력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온라인에서도 대면 모임처럼 밀도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 그러나 온라인은 온라인의 상황이 가지는 특성상 대면에서 활용하는 여러 모임의 기술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떻게 하면 온라인이라는 특성을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온라인 책 모임 잘하는 법』은 이 물음에 정확하게 답하기 위해 쓰인 책이다.


책모임 전문가 김민영 저자를 비롯해 3명의 공저자가 내놓은 책은 정직한 제목 그대로의 내용을 담고 있다. 만나서 하는 토론을 만나지 않고 할 때 만난 것만큼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기술과 사례를 제시한다. 부제에는 "참여자와 운영자를 위한 비대면 노하우"라고 쓰여 있지만 운영자에게 더 도움될만한 내용이 많다.


책은 온라인 책모임을 위한 "처음부터 끝까지'를 포함했다. 온라인 모임을 위한 마음가짐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이용법부터 시작한다. 온라인이 처음이어서 막연히 두렵거나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미리 알아두면 좋을 팁들을 친절히 설명해준다. "괜찮다", "괜찮다"는 말을 반복하는 정말 친절한 선생님처럼. 여성학자 정희진의 문장을 인용하는 대목은 '남들'에 대한 신경끄기를 위해 꼭 장착해야할 태도를 알려준다. 토론도 모임도 '내'가 없이 성립할 수 없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남들이 보기에'라는 건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생의 진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남들은 나를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며, 결국 자신과의 투쟁이라고 말이다(『나를 알기 위해 쓴다』, 교양인, 2020). 책 모임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이 내 말에 신경 쓰고, 마음에 담아둘 거라는 걱정은 내려놓자. 모임에 참석하고, 생각을 말하고, 생각하는 모든 과정이 나와의 싸움일 뿐이다.

p.38

1부에서 모든 준비를 마쳤다면 2부는 본격적인 모임 진행에 대한 실습이다. 온라인 모임을 기획하는 방법부터 알리고 참여자를 모으고 규칙을 정하고 모임 자료를 공유하는 방법 등을 상세히 제시한다. 온라인 모임은 공지 등을 좀더 신경쓸 필요가 있다. 대면 모임에서는 오가다 전할 수 있는 알림 사항이 온라인에서는 누락되거나 할 수 있다. 규칙과 운영 전반에 대해 명확히 공지할 필요가 있다. 책은 이런 점을 세세히 짚어주고 있다. 그뿐 아니다. 2부 2장의 "온라인 책 모임에서의 문제와 해결법"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하다. 


사실 모임 방법에 대한 정보는 책 모임에 대한 여러 다른 도서들에서 참고할 수 있다. 대면 모임 방법을 응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모임의 문제들은 온라인이라는 특성때문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들도 있다. 온라인의 피로감을 고려해 "쉬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법"이라든지 다수가 참여할 경우 토론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공동진행자 시스템을 활용하는 법"과 같은 것들이 그 예다. 책은 이런 문제 상황들의 사례와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명쾌하게 답을 내려주지 못할 경우 방향을 알려주는 것만으로 고민많은 운영자들에겐 도움이 될만하다.


책을 읽게 된 계기는 3부 2장의 "책 모임에 활력을 주는 프로그램" 중 "낭독하고 독서에서 일탈하는 책 모임" 부분이었다. 낭독 모임에 적용할 수 있는 좋은 팁을 얻을 수 있을까 해서다. 책은 모임 분위기가 느슨해질 때 '낭독'을 이벤트로 활용해볼 것을 권한다. 낭독을 주로 하는 모임에 활용할 만한 팁은 다음에 나왔다. 낭독하는 목소리를 녹음해 공유해보는 방법. 서로의 낭독소리를 들어보는 일은 생각보다 의미깊은 과제가 될 것같다.


낭독은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에 앞서 내가 읽은 책을 정리해본다는 점에서도 좋다. 소리 내어 읽으면서 내가 놓쳤던 여러 문장을 다시 만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되새김질을 하게 된다.

p.209

온라인 모임하는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온라인 책 모임 잘하는 법』에서 배운 방법들을 징검다리 삼아 이 시기를 더 잘 건너가보고 싶다. 만약 우리가 향하는 길이 대면과 대면을 잇는 비대면이 아니라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가는 것이라면 이 책은 더더욱 밝은 방향 지시등이 되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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